등록 : 2015.11.09 21:16
수정 : 2015.11.09 22:16
‘외국인과 결혼’ 수치, 대통령 불가
상·하원 의석 25% 군부 할당 등
권력 지킬 ‘안전장치’ 마련해둬
미얀마 군부는 이번 총선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밝히며, 민족민주동맹(NLD)이 압승을 거뒀으나 불과 두달 뒤 군부가 결과를 무효화한 1990년 총선 때와는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군부가 패배를 인정한다고 해서 권력을 모두 민간에 내주는 것은 아니다.
미얀마 군부는 2010년 단계적 민정 이양을 시작하면서 민족민주동맹이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으나, 군부가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핵심 권력을 보유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뒀다. 군부가 2008년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2만여명이 숨지는 피해가 났을 때 국민투표를 강행해 통과시킨 개정 헌법에 안전장치의 핵심이 있다. 먼저, 외국인과 결혼하거나 외국인 자녀를 둔 사람의 대통령 출마 자격을 막아 영국인 남편과 아들을 둔 아웅산 수치의 대선 출마 자격을 봉쇄했다. 군부가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상·하원 양원 의석 25%를 할당받게 했으며, 헌법을 개정하려면 의원 75%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했다. 군부의 동의 없이는 헌법을 개정할 수 없는 셈이다. 국방장관과 내무 및 국경보안장관은 대통령이 아니라 군 최고사령관이 지명권을 갖고 있다.
미얀마 군부 내의 권력투쟁 조짐도 보인다. 군부 출신 유력 정치인으로 하원의장이자 통합단결발전당 대표였던 슈웨 만은 지난 8월 갑작스럽게 당대표 직책에서 해임됐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슈웨 만이 해임된 이유가 아웅산 수치와 권력 분점을 협의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슈웨 만이 수치의 도움을 받아 대통령이 되는 대신, 슈웨 만도 수치의 집권을 돕는다는 내용이다.
신군부 권력은 1988년 쿠데타를 일으킨 핵심 인물 중 한명인 탄 슈웨한테 집중돼 있었다. 탄 슈웨는 민정 이양과 함께 2011년 현역에서 물러났다. 이후 군부 출신 테인 세인이 군복을 벗고 군부가 만든 통합단결발전당에 들어가 대통령이 됐지만, 탄 슈웨가 아직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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