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결과가 존중받을지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를 알고 있다. 우리 정부와 군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 따른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다시 한번 반복한다.”
미얀마 군부가 만든 집권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 대표이자 대통령인 테인 세인(70)은 총선에서 집권당이 패배해도 결과를 인정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미얀마 군 총사령관인 민 아웅 흘라잉도 “국민이 그들(민족민주동맹)을 선택한다면, 우리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민족민주동맹(NLD)이 압승을 거뒀으나 총선 불과 두 달 뒤 군부가 결과를 무효화한 1990년 총선 때와 이번은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군부가 패배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해서 권력을 모두 민간에 내주는 것은 아니다.
미얀마 군부는 2010년 단계적 민정 이양을 시작하면서 민족민주동맹이 집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터줬으나, 군부가 핵심 권력은 선거결과와 상관없이 보유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뒀다. 군부가 2008년 사이클론 나르기스 피해로 2만여명이 숨지는 피해가 났을 때 국민투표를 강행해 통과시킨 개정 헌법에 안전장치의 핵심이 있다. 먼저, 외국인과 결혼하거나 외국인 자녀를 둔 사람의 대통령 출마 자격을 막아서 영국인 남편과 아들을 둔 아웅산 수치의 대선 출마 자격을 봉쇄했다. 군부가 선거결과에 상관없이 상·하원 양원 의석 25%를 할당받게 했으며, 헌법을 개정하려면 의원 75%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군부의 동의 없이는 헌법을 개정할 수 없는 셈이다. 정부의 핵심 장관인 국방장관과 내무 및 국경관리 장관은 대통령이 아니라 군 최고사령관이 지명권을 보유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 내부의 권력투쟁 조짐도 보인다. 군부 출신 유력 정치인으로 하원의장이자 통합단결발전당 대표였던 쉐만은 지난 8월 갑작스럽게 당 대표 직책에서 해임됐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쉐만이 해임된 이유가 아웅산 수치와 권력 분점 협의를 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쉐만은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혀 테인 세인의 경쟁자로도 꼽혔던 인물이다. 수치와 쉐만 사이의 협의 소문 내용은 쉐만이 수치의 도움을 받아 대통령이 되는 대신, 쉐만도 수치의 집권을 돕는다는 내용이었다.
신군부 권력은 1988년 쿠데타를 일으킨 핵심 인물 중 한명인 탄 슈에한테 집중되어 왔다가, 민정 이양과 함께 탄 슈에는 2011년에 현역에서 물러났다. 이후 군부 출신 테인 세인이 군복을 벗고 군부가 만든 통합단결발전당에 들어가 대통령이 됐지만, 탄 슈에가 아직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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