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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1.08 19:53 수정 : 2015.11.08 22:00

미얀마 국민들이 8일 중북부 제2의 도시 만달레이 지역의 한 투표소 밖에서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 만달레이/AP 연합뉴스

상·하원 664명·지역의원 등 선출
잠정 투표율 약 80%에 이르러
선관위, 이르면 9일 1차 개표 발표

헌법, 의회 의석 25% 군부 할당
수치의 NLD 압승해야 정권 교체

미얀마가 진정한 정치 민주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8일 미얀마에서 1990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자유 총선이 치러졌다. 1962년 쿠데타 이후 반세기가 넘게 권력을 장악해온 군부가 물러나고 민간 정부가 들어설 수 있을지 세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미얀마는 대통령 중심제이나, 의회가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선거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단독 또는 연립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제1당이 내년 2월께 치러질 예정인 대선에서 정권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들은 흥분과 열정에 넘친 모습으로 이날 아침 일찍부터 사원과 학교, 정부 청사 등에 마련된 투표소에 길게 줄을 섰다고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의 대모이자 19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도 이날 아침 양곤에서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했다. 미얀마 선관위는 잠정 집계된 투표율이 약 80%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얀마 주요 정치사
이번 선거에선 상·하원 의원 664명과 주 및 지역 의원 등 모두 1171명을 선출하게 된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모두 92개 정당에서 6000여명의 후보를 냈다. 최대 관심은 사실상 군부 세력이 주축인 집권 통합단결발전당(USDP)과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의 양파전으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다. 미얀마의 현행 헌법은 의회 664석 중 4분의 1인 166석을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군부에 할당하고 있다. 야당이 압승하지 않는 한 정권 교체는 어렵다는 얘기다.

미얀마 선관위는 9~10일에 1차 발표를 하고, 검표를 거쳐 11월 중순께 최종 집계를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국제 참관인단은 이번 총선이 대체로 순조롭게 자유 선거로 치러졌다고 평가했다. 앤드루 패트릭 주미얀마 영국 대사는 7일 <가디언>에 “이번 선거가 (앞선 선거들과) 다른 점은 미얀마 정부가 외국의 국제 선거참관단을 기꺼이 받아들였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 참관단의 알렉산더 람스도르프는 8일 오전 투표 상황을 지켜본 뒤 “지금까지는 꽤 신뢰할 만하다고 말할 수 있다”며 “결점이 없는 건 아니나, 그것까지 기대한 건 아니다”라며 일단 합격점을 주었다.

앞서 선거 이틀 전인 6일, 군부 출신인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은 티브이(TV) 연설에서 “정부와 군부는 선거 결과를 존중하고, 선거로 구성된 새 정부를 인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총선은 그러나 소수집단인 로힝야족 무슬림과 일부 힌두교도들에 대한 피선거권 제한, 고질적인 민족 갈등과 차별이 해소되지 않아 불씨를 남겼다.

미얀마에선 1988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네윈 군사독재 정권이 무너졌으나 곧바로 신군부가 다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아웅산 수치는 군부의 가택연금으로 바깥세상과 격리됐다가 2010년 총선을 앞두고 22년 만에 연금이 해제됐다. 민족민주동맹은 당시 총선의 들러리를 거부해 보이콧했으나, 2012년 보궐선거에 참여해 44석 중 43석을 싹쓸이했다. 민족민주동맹은 앞서 1990년 수치가 가택연금 상태에서 치러진 총선에서도 전체 492석 중 39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했으나 군부가 선거 결과를 무효화해버렸다.

아웅산 수치는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압승하더라도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 배우자나 자녀가 외국 국적인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헌법 조항 때문이다. 수치는 영국 유학 시절 만난 영국인 남편과 결혼해 영국 국적의 두 아들을 두었다. 그러나 수치는 민족민주동맹이 집권하면 새 정부에서 실질적인 지도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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