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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10.07 14:08 수정 : 2015.10.07 14:08

‘소를 잡아먹었다’는 소문을 들은 힌두교도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해 숨진 무함마드 이클라크의 아들 사르타즈. 그도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인디언 익스프레스’ 디지털판 기사 갈무리

뜬소문 듣고 일가족 집단폭행, 1명 사망
인도 정부 “엄정 대응 방침” 표명했지만
정치권에선 가해자들 두둔 발언 잇따라
작년 인도인민당 집권 뒤 종교갈등 심화

인도에서 소를 잡아먹었다는 소문 때문에 힌두교도들이 같은 마을의 무슬림을 집단 구타해 숨지게 한 사건이 정치적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사건은 지난달 28일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 있는 비사다 마을에 사는 50대 무슬림 남성 무함마드 이클라크가 갑자기 몰려든 이웃주민 100여명에게 집단 구타를 당해 목숨을 잃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주민들은 이클라크가 힌두교도들이 신성시하는 소를 잡아서 먹었다는 소문을 듣고, 이클라크뿐만 아니라 같이 있던 20대 아들과 이틀라크의 노모도 같이 구타했다. 하지만 이클라크가 집에 보관하고 있던 고기는 소고기가 아니라 양고기였다고 이클라크의 딸은 <인디언 익스프레스>에 말했다.

힌두 민족주의 계열인 인도인민당(BJP) 주요 각료들은 이 문제가 정치 쟁점화하자 파장이 더이상 번지지 않도록 수습하고 있다. 6일 아룬 자이틀리 인도 재무장관은 “모든 인도인이 이런 종류의 사건이 비난받아야 하는 사건이라는 점에 대해서 말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라지나트 싱 내무장관은 5일 “종교적 감정을 악용하는 이들에 대해서 예외없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인도인민당 소속 고위 인사들은 가해자인 힌두교도들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인도인민당 소속 의원 타룬 비제이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인디언 익스프레스>에 기고를 해서 “추측만으로 사람을 죽인 것은 잘못됐다”고 적어, 근거가 있다면 공격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겨 비판을 받았다. 마레시 샤르마 문화부 장관은 사건 현장을 방문해 “살인은 이런 종류 사건의 반응으로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해, 소고기 도살 소문으로 살인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듯한 말을 해서 비판을 받았다.

근본적으로는 힌두 민족주의 색채가 강한 인도인민당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지난해 집권 이후 인도에서 종교적 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인도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와 힌두교에 비해 소수인 무슬림 사이 갈등은 뿌리가 깊지만, 인도인민당 집권 뒤 갈등이 더욱 표면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출발점이 힌두 극우단체라는 평가가 많은 민족의용단(RSS)인 모디 총리가 지난해 집권한 이후부터 종교 갈등 우려는 많았다. 모디 총리는 지난 2월 종교적 불관용이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아직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

인도에서는 다음달 비하르주 선거가 열릴 예정인데, 비하르주 유력 정치인인 수실 모디는 트위터로 “집권하면 소 도살을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에서 소 도살은 실제로 여러 주에서 불법이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소 도살을 둘러싼 살인 사건이 선거 이슈로까지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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