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9.15 21:51
수정 : 2015.09.15 21:51
북부 해안 라타키아 공군기지에
지난주 대규모 군장비·인력 배치
중동 새질서 속 영향력 확보 포석
“수십년만에 최대 군사진출” 분석
갈수록 혼돈 속에 빠져드는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의 군사개입이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주 이란과 이라크 영공을 이용해 대규모 군사장비와 인력을 시리아에 배치했다고 미국 국방부 관리들이 14일 밝혔다고 <뉴욕 타임스>와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적어도 7대의 대형 러시아 수송기가 이 항로를 이용해 지난주 시리아 북부 해안의 라타키아 공군기지에 군사력을 배치했다고 이들은 확인했다.
미국 정보당국이 위성사진 등을 분석한 결과, 약 200명의 러시아 해병과 6대의 곡사포가 이 기지 방어를 위해 배치됐고, 약 1500명을 수용할 조립식 건물도 수송됐다. 보병 전투차량을 포함해 수십대의 러시아 군사차량도 관측됐다. 7대의 러시아 T-30 탱크도 배치됐다고 <로이터>가 미군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이 통신은 러시아의 첨단 판치르S-1 대공미사일이 시리아에 전달됐다고 서방 외교관을 인용해 보도했다.
라타키아 기지가 러시아의 전진 공군 작전기지로 정착되면, 러시아는 중동의 핵심 지역인 시리아와 인근 지중해 지역에서 군사력을 전개할 수 있는 능력을 확장하게 된다. 러시아는 오래전부터 시리아의 타르투스항에서 중동 지역 유일의 해군기지를 운용해 왔다. 미국외교정책위원회의 러시아 군사력 전문가인 스티브 블랭크는 <뉴욕 타임스>에 “이번 조처는 지난 수십년 동안 중동에서 이뤄진 러시아의 세력 전개 중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레반트(시리아와 그 인근 지역) 전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장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가 이번에 이란·이라크 영공을 이용한 것은 이 지역의 세력균형 변화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러시아는 애초 불가리아 영공을 이용하려다 거부당했다. 미국 관리들은 지난 5일 이라크 정부가 러시아의 영공 이용을 거부하도록 요구했다. 시아파가 중심이 된 이라크의 하이다르 압바디 총리 정부는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서 시아파 정권이 통치하는 이란, 시리아 정부와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 확대는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에 대한 지원 차원을 넘어 중동 질서 재편에서 몫을 챙기려는 의도도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는 1차대전과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붕괴 뒤 서방 열강이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자의적으로 중동의 국경선을 그은 사이크스-피코 협정으로 탄생한 대표적 국가다. 시리아와 이라크가 시리아 내전과 이슬람국가 탄생으로 사실상 붕괴되면서, 중동의 새 질서와 국가 체제 형성이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 난민위기의 뿌리인 시리아 내전에 대해 서방이 최근 군사개입 확대를 계획하자, 러시아도 시리아에서 군사력을 확대해 이 지역에서 버팀목을 확보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 국장인 제임스 닉시는 “러시아의 첫번째 목적은 중동의 문제들을 자신의 계획에 따라 해결하려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계획은 중동에서 러시아의 현저한 영향력을 상존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첫번째 목표는 ‘시리아의 리비아화’를 막는 것이라고 모스크바의 싱크탱크인 중동연구소의 예브게니 사타놉스키 소장은 지적했다.
러시아는 2011년 리비아 내전이 발생하자,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민간인 학살을 막기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공습을 허용하는 유엔 결의안에 협조했다. 그러나 서방 국가들이 이 결의안의 취지를 넘어 카다피 정권을 붕괴시키고 내전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러시아는 보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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