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9.10 20:10
수정 : 2015.09.10 21:47
리콴유 전 총리 사후 첫 총선
인민행동당 지지 예전같지 않아
모든 선거구 여·야 표대결 ‘처음’
노동자당, 두 자릿수 의석 목표
싱가포르가 ‘건국의 아버지’ 리콴유 전 총리 사망 뒤 첫 총선을 11일 치른다. 독립 이후 50년째 집권 중인 인민행동당(PAP) 일당체제를 시험하는 선거가 될 전망이다. 인민행동당이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리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의석 상당수를 야당에 내주면 일당체제에는 균열이 갈 수 있다.
리콴유 전 총리의 아들이자 현 총리인 리셴룽은 유세를 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9일 “정부는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고 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가 전했다. 리 총리는 지난달 조기총선을 선언하면서 “독립 뒤 50년에 이어 앞으로 50년에 대한 위임을 구하는 선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리 총리가 조기총선을 선언한 데는 지난 3월 숨진 리콴유 전 총리에 대한 애도와 독립 50주년을 맞아 조성된 애국 분위기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작용한 듯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인민행동당에 대한 지지는 예전만큼 압도적이지 못하다. 인민행동당은 2011년 총선에서 87석 중 81석을 차지했지만, 득표율은 60.1%로 역대 최악이었다. 지지율 하락의 배경에는 빈부 격차와 이민자 문제 등이 있다.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빈부 격차가 심한 나라 중의 하나로, 지난해 지니계수도 0.464로 아주 높은 수준이었다. 2013년 말에는 저임금 이주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리 총리는 이런 문제 때문에 올해 초 사회복지제도를 강화하면서, 소득 상위 5%에 대한 소득세율을 높였다. <뉴욕 타임스>는 당시 세율 인상 조처는 세금을 적게 걷는 정책이 디엔에이(DNA)에 박혀 있는 듯한 싱가포르에서 상당히 급진적 정책에 속했다고 평가했다.
89명의 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사상 처음으로 모든 선거구에서 여야 후보가 맞붙는 점도 변화의 흐름을 보여준다. 2006년 총선 때만 하더라도 전체 84석 중 인민행동당 후보에 맞서는 경쟁 후보가 있었던 곳은 47곳에 불과했다. 가장 강력한 야당은 2011년 총선에서 6석을 획득했던 노동자당이다. <뉴욕 타임스>는 노동자당의 선거 유세에 노동자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셔츠를 입은 지지자 5만명 이상이 몰린 적도 있다고 전했다. 노동자당 유세에 가봤다는 마이클 고(71)는 “내 평생 봤던 유세 중 제일 규모가 컸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로우 티아 키앙 노동자당 대표는 9일 유세에서 “노동자당이 의석을 많이 확보해야 정부가 국민들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당은 이번 총선에서 두 자릿수 의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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