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현지 시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나집 라작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에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총리가 참가해 시위대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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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티르 말레이시아 전 총리
후계자 나집 총리 퇴진 시위
“내가 반정부 시위할 줄이야”
국영기업 돈 7억달러가 나집 총리 계좌로
반부패위원회는 조사 뒤 면죄부
“총리 퇴진하라” 쿠알라룸푸르 시위 격화
“정부가 법을 어긴다면 우리는 시위를 벌여야만 한다.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를 봐라. 민중이 시위를 통해서 마르코스 정권을 전복하지 않았느냐.”
말레이시아 최장수 총리로 권위주의 통치로도 유명했던 마하티르 모하마드(90) 전 총리가 30일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시위에 참석해, 자신의 후계자나 다름없는 나집 라작 총리의 퇴진을 주장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부패 의혹에 휩싸인 나집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베르시’(Bersih·말레이어로 청결이라는 뜻)라는 단체 주도로 29일부터 계속돼 왔다. 항의의 뜻으로 노란색 셔츠를 입은 시위대가 29일 3만5000명, 30일에도 2만5000명가량에 이르렀으며, 시위대 주장으로는 누적 참가자가 20만명에 이른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지난 7월 국영 기업인 1말레이시아개발회사(1MDB)의 돈 7억달러가 나집 총리의 개인 계좌로 들어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나집 총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었다.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가 이달 초 “나집 총리의 개인 계좌로 입금된 돈은 중동에서 기부한 돈으로 1MDB와 무관하다”며 나집 총리에 대한 면죄부를 주자, 여론은 더욱 들끓었다.
마하티르 전 총리가 이번 시위 이전부터 나집 총리 퇴진을 주장했지만, 90살 고령인 그의 나이와 집권 시절 이력을 고려해봤을 때 시위 참가는 의외의 일이다. 외과의사 출신인 마하티르는 1981년 총리에 오른 뒤 5번 총리를 연임해 2003년까지 22년간 총리 자리에 있었던 말레이시아 사상 최장수 총리다. 총리 시절 일본과 한국을 모델로 한 경제발전을 추구하면서 권위주의적 통치방식을 보였다. ‘아시아적 가치’를 주장했던 그는 야당과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도 주저하지 않았던 인물인데, 그런 그의 입에서 ‘피플 파워’가 나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2003년 퇴임 뒤 압둘라 바다위 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줘 후계자로 삼았으나, 2008년 총선에서 여당인 통합말레이국민기구(UMNO)가 좋지 않은 성적을 내자 압둘라 총리에 대한 지지를 거두고 나집 현 총리를 지지했다. 그러나 최근 마하티르는 나집 총리에 대해서도 “부패한 지도자”라고 비판하고 있다.
31일 이른 새벽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시위대가 나집 라작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34시간 시위를 마치며 환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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