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8.30 20:29
수정 : 2015.08.30 20:29
위조 여권·파이프 폭탄 부품 불구
사원에 폭탄 남긴 남성인지 불확실
관광업 타격 우려 “복수 때문” 발표
조사도 안된 상태서 테러 ‘선긋기’
|
방콕 폭탄테러 용의자
|
20명이 희생당하고 130명이 다친 방콕 폭탄 테러 용의자 중 한 명이 타이 경찰에 붙잡혔다. 타이 정부는 테러는 아니라고 했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이 많다.
타이 경찰은 29일 오후 방콕 동부 외곽 지역인 농촉에 있는 아파트를 급습해, 폭탄 테러 가담자로 보이는 외국인 남성을 붙잡았다고 <방콕 포스트>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붙잡힌 남성은 조잡하게 위조된 터키 여권을 지니고 있었으며, 방 안에는 폭탄 제조에 쓰이는 파이프와 쇠구슬 등이 발견됐다. 지난 17일 방콕 시내 한복판인 라차쁘라송 거리에 있는 에라완 사원에서 터진 파이프 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부품들도 나왔다.
솜욧 뿐빤모엉 경찰청장은 29일 “국제 테러는 아닌 것 같다”며 “가족과 친구들의 복수를 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지만,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30일에는 경찰 대변인이 <채널3> 텔레비전에 출연해 “용의자는 인신매매 조직원으로, 방콕에 폭발물 공격을 한 이유는 타이 경찰의 밀입국 단속에 따른 불만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사건의 실체는 아직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다. 우선, 이번에 붙잡힌 남성이 에라완 사원에 폭탄을 두고 간 남성인지가 확실하지 않다. 타이 경찰이 이 남성을 구금한 혐의는 아직은 불법 폭발물 소지다. <방콕 포스트> 등은 경찰이 붙잡힌 남성은 폭탄 전달책으로 폭탄을 설치한 실행범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 조사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타이 당국이 테러가 아니라고 밝힌 것은 관광산업에 대한 타격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방콕 포스트>는 관광산업에 해가 갈까봐 군과 경찰이 이번 사건에 대해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을 막아왔다고 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타이 경찰이 에라완 사원 폭탄 테러 뒤 현장에 증거가 남아있는데도 서둘러 폭발 흔적을 지우는 데만 열중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17일 폭탄 테러 사건 뒤 사건을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나서는 이들이 아무도 없자, 그동안 여러 시나리오가 떠돌았다. 우선 지난해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현 타이 군부 정부에 반대하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자들이 일으킨 테러라는 설과 남부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의 소행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타이 정부가 타이에 머물고 있던 중국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100명 이상을 지난달 라마단 기간에 중국으로 강제추방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위구르족이 일으킨 테러라는 설이 부각됐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