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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8.18 20:21 수정 : 2015.08.18 20:59

17일 저녁 타이 수도 방콕의 라차쁘라송 거리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 현장에서 경찰이 불타버린 오토바이를 살펴보고 있다. 폭탄은 퇴근 시간대인 오후 7시께 관광 중심지에서 터져 인명피해가 컸다. 방콕/신화 연합뉴스

외국인 9명 등 최소 22명 사망
‘붉은셔츠’ 정치적 상징 지역
총리 “CCTV 찍힌 용의자 추적
북동부 반정부단체 출신인듯”

군사정권 ‘개헌 추진’ 긴장 고조속
탁신·잉락, 반대 호소도 잇따라

타이 수도 방콕 한복판에서 벌어진 폭탄테러로 관광객 등 적어도 22명이 숨졌지만, 누가 왜 저질렀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17일 저녁 7시께 퇴근 인파와 관광객들로 붐비는 방콕의 유명 관광지 라차쁘라송 네거리에서 벌어진 테러로 18일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22명이고 120여명이 다쳤다. 사망자에는 중국인, 말레이시아인, 싱가포르인, 필리핀인 등 외국인도 최소 9명이 포함됐다. 18일에도 방콕 짜오프라야강 탁신 다리에서 누군가가 폭탄을 떨어뜨려 사톤 선착장 부근에서 폭발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18일 타이 경찰은 라차쁘라송 테러 사건 현장 근처 폐회로텔레비전에 찍힌 노란색 옷을 입은 남성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부총리 겸 국방장관인 쁘라윗 웡수완은 “폭탄이 터진 곳이 관광 중심지이기 때문에 타이 경제와 관광업에 타격을 주는 것이 목적이었던 듯 보인다”고 말했다. 쁘라윳 짠오차 타이 총리는 “용의자가 북동부에 기반을 둔 반정부 단체 출신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가 군사정부에 반대하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세력인 ‘붉은셔츠’ 시위대와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쁘라윳 총리는 별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번 테러를 붉은셔츠가 저질렀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이들의 소행일 가능성은 있다. 지난해 잉락 친나왓 총리 정부를 쿠데타로 무너뜨린 군사정권은 최근 헌법 개정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를 둘러싸고 정치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군사정권이 주도하는 헌법초안위원회(CDC)가 기초한 개정안을 보면, 총리를 의원 중에서가 아니라 사회명망가 중에서도 뽑을 수 있게 했다. 선거로 뽑히지 않은 사람이 국가 최고지도자에 오를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또 상원의원 200명 중 123명은 국민이 뽑지 않고 특별위원회에서 지명하게 되어 있다. 개정안이 새달 17일 국가개혁위원회(NRC)에서 통과되면, 내년 1월 국민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군사정권은 최근 총선 시기도 2017년으로 연기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군사정권이 헌법 개정을 통해 노리는 점은 2006년 쿠데타로 쫓겨난 탁신 전 총리 세력의 재집권 원천 차단에 있는 듯 보인다. 탁신 전 총리는 2006년에 쫓겨나 국외를 떠돌고 있지만, 친탁신 세력은 총선 때마다 승리했으며 나중에는 그의 여동생인 잉락이 총리가 됐다.

군사정권의 헌법 개정안에 대해서 탁신 전 총리는 지난 14일 핀란드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다수결 원칙에 위배된다”며 지지자들에게 반대를 호소했다. 잉락 전 총리도 17일 페이스북에 “민주적인 헌법은 국민이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며 개정안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폭탄테러가 일어난 라차쁘라송 거리는 고급 호텔과 거대 쇼핑몰이 밀집한 관광 중심지일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상징적인 곳이다. 이곳은 2010년 붉은셔츠 시위대가 총선 실시를 요구하며 점거농성을 벌였던 곳으로, 당시 정부가 군을 투입해 진압작전을 벌여 90명 이상이 숨졌다. 17일 폭탄은 라차쁘라송 거리에 있는 에라완사원 안 의자에서 터졌다. 파이프 안에 티엔티(TNT) 3㎏ 분량의 폭발물이 들어 있으며 파괴력은 반경 100m 정도였던 것으로 타이 경찰은 추정했다.

방콕에서 폭탄테러로 사망자가 수십명 나온 일은 이전까지 없었다. 다만, 소규모 폭탄 폭발은 종종 있었다. 쿠데타 이후로 따지면 이번이 세번째다. 타이 전체로 보자면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이 활동하는 남부에서 폭탄테러가 비교적 잦다. 그러나 타이 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이슬람 분리주의자의 수법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타이 경찰은 “위구르인들을 포함해 용의자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에라완사원은 중국인들이 비교적 많이 찾는 곳이고, 타이는 중국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109명을 지난달 타이에서 강제추방한 적이 있다.

관광업이 국내총생산(GDP)의 8.5%를 차지하는 ‘관광 대국’ 타이는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받을 듯하다. 타이 화폐 밧은 18일 아침 달러당 35.536밧으로 2009년 이후 가치가 최저로 떨어졌다. 특히 중국인의 타이 관광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에는 중국인 460만명이 타이를 방문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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