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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7.27 20:51 수정 : 2015.07.28 10:25

인신매매 등 통해 농장으로 몰려
불법 체류 등 협박 임금 착취 일쑤
생산 증가로 노동자들 밀항 계속
트랜스지방 대체품 인기 급증 원인

말레이시아 야자유 농장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모함마드 루벨(22)은 휴일 없이 일주일 내내 일하지만 급여는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인신매매 업자를 통해 이곳 농장에서 일하게 된 지난해 12월 이후 고용주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급여를 주지 않고 있지만, 불법 체류자 신세인 루벨은 추방될까봐 항의조차 하지 못한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얀마에서 박해를 피해 국외로 탈출하려는 소수민족 로힝야족과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방글라데시인들의 최종 목적지인 말레이시아에서 노동 착취가 벌어지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야자유 산업이 지난 5월 국제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로힝야족 해상난민 사태를 일으킨 동남아시아 인신매매 업자들의 활동 기반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루벨도 말레이시아 야자유 농장에 오기 위해 인신매매 업자의 배를 탔다. 나무 배에는 그를 포함한 방글라데시인과 로힝야족 200여명이 탔고, 약속과 달리 물과 음식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 루벨은 인신매매 업자가 이주노동자를 살해한 뒤 바다에 버리는 모습도 봤다고 했다. 3주 뒤 루벨은 타이 정글지대에 있는 캠프에 갇혔고, 인신매매 업자는 루벨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해 “몸값을 내지 않으면 아들을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실제로 지난 5월 타이와 말레이시아 국경지대에 있는 인신매매 업자 캠프에서 로힝야족 등으로 추정되는 주검 수십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루벨의 아버지는 땅을 팔아 약 2500달러를 송금했고, 루벨은 겨우 말레이시아 야자유 농장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루벨은 말레이시아 야자유 대기업인 펠다에 인력을 공급하는 업자에게 고용된 처지다. 인력 공급업자들은 갖은 명목으로 이주노동자를 착취한다.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는 숙소에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생필품을 공급해 이주노동자들이 빚을 지게 만들며, 무슬림 금요예배에 참석해 일을 쉬었다는 이유로 임금을 30% 깎기도 한다. 업자들이 여권을 가져간 뒤 한동안 임금을 주지 않는 것도 흔한 일이다. 루벨도 ‘고용주가 언젠가 임금을 주겠지’ 하며 그저 기다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야자유 산업은 미국식품의약국(FDA)이 2006년 식품의 트랜스지방 함유 여부를 표시하도록 하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식품회사들이 건강에 좋지 않은 트랜스지방 대체품을 많이 찾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야자유 농사는 플랜테이션(값싼 노동력에 기댄 대규모 단일작물 경작) 형태라 저렴한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고, 이 틈을 인신매매 업자가 파고들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에도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밀항은 계속되고 있다며, 타이 정부가 지난달 중순에도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500명 이상이 탄 배를 적발했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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