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6.02 16:44
수정 : 2015.06.03 10:02
‘458명 탑승’ 중국 여객선 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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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젠리현 부근 양쯔강에서 돌풍을 만나 1일 밤 침몰한 여객선 둥팡즈싱호에서 2일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들을 구조하고 있다. 구조대원들은 이날 배 안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울부짖음을 들은 뒤 여러 생존자들을 구해냈다고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이 보도했다. 젠리/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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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과 승무원 458명을 태운 중국 여객선이 1일 밤 양쯔강 중류에서 전복된 뒤 침몰했다. 구조가 확인된 승객들은 10여명에 불과하고 여전히 400명 이상이 실종 상태다. 근래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최악의 인명피해 수상사고로 기록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신문망> 등은 “승객과 승무원 458명을 태우고 장쑤성 난징을 출발해 충칭으로 향하던 여객선 ‘둥팡즈싱’(東方之星)호가 1일 밤 9시28분께 폭우를 동반한 강풍을 맞고 양쯔강 중류 후베이성 젠리현 부근에서 전복됐다”고 2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돌풍에 강타당한 배가 구조신호도 못 보낸 채 1분여 만에 완전히 뒤집혔다”고 전했다. 후베이성 기상당국은 “1일 밤 9시에서 10시 사이 사고 지역에는 풍속 12급(초속 32m)에 해당하는 강풍이 불고 있었다”고 밝혔다. 사고 수역의 깊이는 15m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배에서 빠져 강가로 헤엄쳐 나온 승객 7~8명이 지역 경찰에 침몰 소식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한밤 갑작스런 회오리에 배 뒤집혀
2일 오후 3시 현재 13명 구조 그쳐
탑승자 대부분 50~80대 단체여행객
리커창 총리 사고 직후 현장으로
“사람이 하늘보다 귀하다” 구조 지휘
당국, 헤엄쳐 탈출한 선장 검거 조사
누리꾼들 ‘기상악화 출항 허용’ 비난
승객 대부분은 상하이와 톈진시, 장쑤성, 저장성 출신 단체여행객들로 연령대는 대부분 50~80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난 여객선은 충칭둥팡선박공사 소속으로 길이 76.5m, 너비 11m 크기이며, 1994년 2월 건조됐다. 정원은 534명이다. 이 회사는 1967년부터 양쯔강 여객선을 운항해 왔다.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현재까지는 한국인 승객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계속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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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몇 시간 뒤인 2일 새벽 사고현장에 도착한 리커창 총리(앞줄 왼쪽 다섯째)가 직접 배를 타고 침몰 지점에 다가가 구조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젠리/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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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지도부는 총력 대응에 나섰다. 리커창 총리는 사건 직후인 2일 새벽 마카이 부총리, 양징 국무위원과 함께 사고 현장으로 날아가 구조작업을 지휘했다. 특히 그는 직접 배를 타고 침몰 지점에 50~60m까지 다가가 “인명구조에 단 1초도 헛되이 써선 안 된다”며 구조를 독려했다. 그는 사고 현장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교통운수부, 수리부, 기상국 등의 책임자를 소집해 기내 회의를 열고 “사람이 하늘보다 귀하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당국은 2100명의 군인과 경찰, 140여명의 잠수인원, 150척의 선박을 보내 갑판 해체 등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중국신문사> 등은 “2일 오후 3시 현재 13명을 구조했다”고 보도했다. 이 배의 선장 장아무개와 기관장 양아무개는 사고 여객선에서 탈출했지만 공안에 검거돼 조사를 받고 있다. 일부 언론은 “장 선장이 사고 뒤 선원들과 함께 헤엄쳐 뭍으로 올라온 뒤 새벽 4시께 회사에 사고 상황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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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된 둥팡즈싱호의 모습이다. 젠리/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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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대원들이 2일 여객선 침몰 사고 실종자를 수색하기 위해 보트를 옮기고 있다. 450여명이 탑승한 이 여객선은 갑자기 회오리 바람을 만나 뒤집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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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구조 소식도 전해졌다. 잠수요원들은 이날 오후 1시께 배 안에 갇혀 있던 60대 여성을 포함한 5명의 승객들을 구해냈다. 60대 여성은 눈물을 터뜨리며 “감사하다. 고맙다”고 말했다. 한 승객은 10시간 동안 강의 부유물을 잡고 버티다 구조되기도 했다. <차이나 데일리>는 “잠수부들이 배 안에 갇힌 승객을 구조하려 시간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간밤의 대형 사고에 놀라며 정부의 대처를 질타했다. 한 누리꾼은 “당국은 기상 상황이 나쁜데도 왜 여객선이 출항하도록 내버려뒀는가”라고 비판했다. 선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선장은 왜 배를 버리고 도망쳤느냐.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일부는 “승객들이 여객선 안에 갇혀 있다고 생각하니 절망스럽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비비시>(BBC) 방송과 <뉴욕 타임스>는 “이번 사고는 지난해 한국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고 이후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최악의 수상 사고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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