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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27 21:16 수정 : 2015.05.28 10:15

‘말레이 가면 한달 55만원 번다’ 솔깃
극심한 가난에 목숨걸고 밀항
최근 반년새 7000명 ‘난민선’ 올라타
총리는 “국가 이미지에 먹칠” 비난

미얀마 소수민족인 로힝야족들이 난민선에 탄 채 표류하다 미얀마 해군에 구조돼 북서부 라카인주 마웅다우 마을에 마련된 난민 캠프에 지난 23일 앉아 있다. 최근 동남아 안다만해를 떠도는 난민선에는 미얀마 정부의 박해를 피해 탈출한 로힝야족 외에도 빈곤에서 벗어나려는 방글라데시인들이 섞여 있었다. 마웅다우/EPA 연합뉴스
22살 방글라데시 청년 나즈룰 이슬람은 2013년 마을 사람한테서 난민선을 타고 말레이시아에 밀입국하면 한달에 4만다카(55만원)를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5000다카를 브로커에게 주고 방글라데시 남부에서 작은 어선을 탔다가 벵골만에서 로힝야족과 방글라데시인들로 이미 꽉 차 있던 큰 배로 옮겨탔다. 브로커들은 사람들을 배 아래 좁고 어두운 곳에 밀어넣었다. 이슬람은 숨을 쉬기 위해 고개를 내밀었다가, 선원들에게 정신을 잃을 정도로 두들겨 맞았다.

이슬람은 말레이시아 근처 타이 남부까지 도착했지만, 브로커들은 25만다카를 내놓아야 말레이시아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돈을 내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이슬람은 가족들에게 부탁해 돈을 마련해서 겨우 말레이시아에 갔으나, 말레이시아 경찰에 적발돼 본국에 송환됐다. 이슬람은 “(난민선은) 죽음의 덫”이지만, 외국에 나가서 일하고 싶은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27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최근 동남아시아 안다만해를 표류해 국제적 문제로 떠올랐던 난민선에는 미얀마에서 박해를 피해 난민의 길을 택한 소수민족 로힝야도 있지만, 돈 벌 기회를 찾기 위해 배를 탄 방글라데시인들도 많았다. 지난주 셰이크 하시나 방글라데시 총리는 난민선에 탄 자국민들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으며 국가 이미지에 먹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위험한 난민선을 타는 이유는 극심한 빈곤 때문이다.

인구 1억6000만명 중 빈곤선에서 허덕이는 이들이 4분의 1가량인 방글라데시에서 외국으로 나가 일하는 노동자가 700만명 이상이며, 지난해 이 노동자들이 본국에 보낸 송금이 150억달러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보이스 오브 아메리카>는 방글라데시인들이 굳이 위험한 난민선에 몸을 맡기는 일이 많아진 것은 국외 일자리가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방글라데시인들이 주로 일자리를 찾아가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같은 부유한 중동 산유국들이 방글라데시로부터의 노동력 수입을 줄이고 있다.

국제이주기구(IOM)의 제프리 라보비츠는 “말레이시아로 가는 로힝야족을 보고 2008~2009년부터 방글라데시인들도 난민선을 타기 시작했다. 한해 2000~3000명 수준이었는데, 최근 6~8개월 사이에는 7000~8000명 수준으로 엄청나게 불어났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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