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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10 20:45 수정 : 2015.05.11 10:01

네팔 지진 둘러싼 국제정치학

<2776>지난달 25일 발생한 강진으로 파괴된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옛 시가지를 주민들이 지난 7일 걸어가고 있다. 카트만두 일부 지역에서의 생활은 점차 안정되고 있지만 이번 지진으로 7500여명이 숨졌고 수만명이 집을 잃었다. 카트만두/AFP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낮 12시께 규모 7.8의 강진이 네팔을 강타했을 때, 이웃 나라 인도는 가장 먼저 네팔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지진 발생 당일 오후 인도의 긴급 구조 및 구호팀이 네팔에 도착했다. 이 가운데는 인도 재난대응팀 300명과 의료진이 포함돼 있었다. 또 인도는 네팔에 임시병원 4곳을 설치하고, 인도군 헬리콥터들을 네팔 오지 산악지역으로 보내 물자 배급을 돕게 했다. 인도 하원의원들은 한달치 봉급을 네팔 지진 구호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지진으로 히말라야에서 눈사태가 일어났을 때 사망자를 가장 먼저 발견한 이들도 인도군이었다. 인도군 등반대가 마침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다가 눈사태로 초토화된 베이스캠프에서 주검 19구를 확인하고 구호활동까지 벌였다.

또다른 네팔의 이웃 나라인 중국도 지진 소식을 듣고 팔을 걷어붙였다. 인도보다는 하루 늦었지만 지난달 26일 수색 및 구조팀 26명과 함께 수색견 6마리와 의료팀을 파견했다. 중국은 320만달러어치의 텐트와 담요 같은 구호품을 전세기에 실어 네팔에 보냈다.

인도, 지진 당일 가장 먼저 도착
중국도 하루 늦었지만 팔 걷어붙여

인도, 네팔과 전통적 교류 활발
중국은 ‘돈의 힘’으로 인도 자극

중 ‘실크로드 기금’ 사업 추진속
다른 남아시아서도 영향력 경쟁

인도와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구조팀을 보내 네팔을 도왔지만, 네팔을 사이에 둔 인도와 중국의 구호 노력은 더욱 경쟁적이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들은 전했다. 네팔은 남쪽으로는 인도, 북쪽으로는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두 대국은 네팔을 놓고 최근 영향력 확대 경쟁을 펼쳐왔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네팔 지진 뒤 라디오 연설에서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에게 네팔인들은 우리 국민이나 마찬가지”라며 “우리는 모든 네팔인들의 눈물을 닦아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도와 네팔의 끈끈한 관계를 역설한 것이다.

실제 네팔은 북쪽 국경을 중국과 접하고는 있지만, 히말라야 산맥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중국과의 교류는 인도만큼 활발하지는 못했다. 네팔 무역 규모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네팔 루피 가치는 1993년부터 1 인도 루피당 1.6 네팔 루피로 고정되어 있다.

또 네팔군은 인도에서 훈련받는 경우가 많으며 네팔군의 최대 무기 공급처도 인도다. 이 때문에 한때 네팔에서 정권을 장악하기도 했던 마오주의자 반군 등은 “네팔은 인도의 반식민지 상태”라고까지 비판하기도 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런던대학의 네팔 및 히말라야학 교수인 마이클 헛은 “인도는 네팔에서 네팔 내 다른 어떤 정당보다 중요한 정치적 플레이어”라고 말한다.

지난달 28일 중국 난징 루커우공항에서 네팔 지진 피해 복구를 돕기 위해 네팔에 전달할 구호품이 중국 인민해방군 비행기에 실리고 있다. 난징/신화 연합뉴스
중국의 네팔에 대한 핵심 관심은 티베트인들의 반중 활동 억제 등 ‘하나의 중국’ 정책 관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네팔 국경과 티베트 고원이 마주하고 있으며, 네팔 내 티베트인이 약 2만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가 2012년 네팔을 방문했을 때 네팔과 중국이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중국의 이런 관심사가 명확히 나타나 있다. 당시 공동성명에는 “대만과 티베트는 중국 영토의 일부다. 네팔 쪽은 반중 또는 분리주의 세력이 네팔 영토에서 활동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네팔 정부는 네팔 내 티베트인들의 반중 시위를 금지하고 국경을 통제해 티베트인들의 네팔과 티베트 사이 왕래를 규제하고 있다.

네팔이 중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 적극 화답하는 배경에는 ‘돈의 힘’이 있고, 이는 또 인도를 자극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인도를 제치고 네팔 최대의 투자국으로 올라섰다. 중국은 지난해 네팔에 대한 연간 원조액도 기존보다 5배 많은 1억2500만달러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네팔 무역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60%에서 2013년 53%로 줄어들었지만, 중국의 비중은 2006년 3%에서 2013년 31%로 증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은 네팔에 발전소 건설부터 국수공장과 육류가공공장 건설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시장에서 팔리는 힌두 신상도 예전에는 인도제에서 요즘은 중국제로 바뀌고 있다.

인도 공군이 지난 4일 헬리콥터로 네팔 남부 포카라에 구호물자를 내리고 있다. 포카라/EPA 연합뉴스
중국이 400억달러(약 43조5000억원)의 ‘실크로드 기금’으로 아시아 지역에서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자원개발, 금융협력 등의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곧 인도가 전통적인 영향권으로 여겨온 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중국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인도 뭄바이에 있는 연구기관인 게이트웨이하우스의 악셰이 마투르는 “중국은 네팔을 남아시아로 가는 통로로 보고 있다”며 “이는 중국의 세계 영향력 확대라는 큰 전략의 일부”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인도도 중국에 뒤지지 않기 위해 최근 노력해왔다. 모디 총리는 인도 총리로서는 17년 만에 지난해 네팔을 방문해 네팔 에너지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10억달러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제의했다.

인도와 중국의 경쟁은 다른 남아시아 국가에서도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중국이 스리랑카, 몰디브, 모리셔스, 방글라데시에 투자를 확대해가면, 인도가 이들과의 관계에 예전보다 더욱 공을 쏟는 식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애들레이드대학의 아시아센터 교수인 푸르넨드라 자인은 “네팔 정부도 인도와 중국이 영향력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어느 한쪽이 (네팔과) 멀어지지 않도록 해서 균형을 잡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네팔 지진 피해 지원에는 미국도 적극적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네팔에 지원하기로 한 금액만 2600만달러에 이른다. 외교 전문 <포린 폴리시>는 미국도 네팔 지원에 공을 쏟는 이유 중 하나로 문화적 영향력을 뜻하는 소프트파워를 꼽았다.

미국이 2004년 동남아시아 지진해일(쓰나미) 때 지진구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당시 동남아시아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줬다고 평가하며, 재난 때의 인도적 지원은 소프트파워 측면에서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도 중요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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