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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08 19:29 수정 : 2015.05.08 19:29

[토요판] 리뷰&프리뷰 친절한 기자들

가끔 안색이 창백해 보이거나, 한눈에 봐도 안 좋은 처지에 놓인 것 같은 지인과 인사할 때 ‘안녕하세요’라는 관행적인 인사말로는 표현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주 네팔에 갔을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팔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쓰는 인사말이 ‘나마스테’(저의 신이 당신께 인사드립니다)인데요. 대지진의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나마스테’라고 짧게 인사하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이상의 위로가 필요한 분들이지요.

안녕하세요. 저는 토요판팀 허재현입니다. 지난주 네팔 대지진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오늘은 네팔 취재 뒷이야기와 독자 여러분이 네팔 주민들을 후원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네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계속 생각했던 게 있습니다. ‘지진으로 파괴된 네팔을 구경 가는 게 아니야. 그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주민들과 대화하러 가는 거야.’ 하지만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을 붙여야 할까. 비싼 돈 들여 취재 가는 데 누구와도 제대로 얘기 못하고 오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들어 마음이 무척 무거웠습니다.

다행인 건 네팔 주민들은 제 걱정과 달리 낯선 외국인 기자를 멀리하지 않았습니다. 집을 잃고 천막에서 힘들게 지내면서도 인터뷰도 해주고 감자까지 삶아주던 그들이었습니다. 어찌나 고맙던지요. 1970년대 우리나라의 순박한 시골 주민들을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2일치 1면에 사진으로 실린 타차모 남매가 기억나시는지요. 많은 분들이 남매의 사연을 읽고 후원금 모금에 동참해주셨습니다. 8일 오전까지 61명이 약 400만원을 모아주셨다고 하네요. 네팔 국민에게 힘내라고 전해달라며 10만원 입금확인증과 함께 손편지를 보내오신 부산의 75살 어르신, ‘적지만 힘내세요’라고 적어 4200원을 보내온 학생도 있었습니다.

타차모 남매를 만난 건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네팔 수도 카트만두보다 더 심하게 지진 피해를 입은 인근의 도시 박타푸르로 무작정 찾아갔는데, 길에서 어떤 소년(오빠 라즈 타차모)이 울고 있었습니다. 소년에게 말을 걸자 엄마를 찾고 있다고 했지요. 인터뷰 도중 라즈의 엄마 주검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렸는데, 그 구조대는 한국 정부가 파견한 119국제구조대였습니다. 네팔을 ‘신들의 나라’라고 하잖아요. 어쩌면 한국 구조대가 찾아준 주검의 사연을 한국에 널리 알리라고 박타푸르에 머물던 신이 소년을 제게 연결해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차모 남매의 사연이 참 슬펐다는 이야기를 독자들이 많이 하셨습니다. 취재를 마칠 즈음 제게 또다른 네팔 아이 소식이 들려왔어요. 엄마 아빠를 잃고 혼자 남겨진 열다섯살 여자아이였지요. 이 아이의 사연도 알리고 싶었지만 기사 마감 시한이 다가와 취재를 포기했어요. 이렇게 많은 네팔 아이들이 집과 부모를 잃고 슬퍼하고 있으니 여러분의 관심이 계속 이어졌으면 해요.

마지막으로 네팔에 후원하고 싶은 분들께 몇 가지 정보를 전할게요. 네팔 정부가 부패가 심해 외국에서 보낸 구호물품이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혹시 이 때문에 모금에 동참하는 게 불안하다면,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네팔의 엔지오 단체에 직접 후원금을 보내는 것도 방법입니다.

기사에 소개한 ‘수카와티’(축복받은 땅)라는 단체도 추천할 만합니다. 지난 주말 방문했을 때에도 50여명이 재난 지역에 보낼 헌옷을 정리하느라 무척 분주하더군요. 며칠 전 타차모 남매에게도 옷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이 단체에 모금액을 보내면, 알아서 필요한 물품을 사서 이재민들에게 보낼 겁니다.

허재현 기자
직접 우편으로 물품을 보내는 것도 좋습니다. 네팔 이재민들은 옷가지도 챙기지 못하고 집 밖에 나와 지냅니다. 옷을 보내주시는 게 가장 좋고요. 일회용 마스크와 해충약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들이 다시 집을 짓고 살려면 몇달이 필요합니다. 그때까지만이라도 구호물품이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

8일 아침 카트만두 수카와티 부회장 치즈만 구룽에게 전화했더니 이날 새벽에도 꽤 큰 여진이 있었다고 하네요. 형식적 인사가 아닌, 진심으로 네팔 주민들에게 안부 인사를 건넵니다. 나마스테! 부디 신의 가호를!

허재현 토요판팀 기자 catalunia@hani.co.kr

수카와티 연락처 (977)9851145936

Chijum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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