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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와중에 “유류 저장고들이 모두 파괴되어 더 이상 공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다.중간 판매상들이 매점매석을 위해 유포한 것이다. 사진은 유언비어에 놀란 사람들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룬 주유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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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교민이 보내온 참사 현장 3신
3일째 밤·새벽에도 잇단 강한 여진
도로 쓸려가 물류 사실상 차단
네팔인을 도우려거든 물품 대신 돈 기부를
지진이 발생한 뒤 72시간 동안 건물 밖에서 지내라는 네팔 내무부의 권고를 들었을 때, 72시간이 되는 28일 아침에는 집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소박한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그 희망은 27일 저녁 9시36분과 28일 새벽 5시에 찾아온 강한 여진 때문에 여지없이 깨졌다. 천막 생활에서 벗어나 건물 안으로는 언제쯤 들어갈 수 있을까.
지진 바로 전날인 지난 24일은 처남인 람의 두 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많은 네팔인들처럼 람은 젊어서부터 중동에 나가서 일했다. 지난 2월 딸을 봤다. 처남댁이 몸을 완전히 풀고 나면 다시 카타르로 출국할 예정이었다. 내가 끓인 북엇국과 미역국, 그리고 람이 만든 여러 네팔 음식을 가족들과 먹었다. 두 사람이 계속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란다며 꽤 오랫동안 먹고 마셨다.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한바탕 대지진과 연이은 여진이 이어지면서 천막에 나앉아 있는 지금, 나흘 전의 그 소소한 즐거움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새삼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네팔의 일상은 그렇게 쉽지 않다. 고도 산업국가인 한국 출신에게 겨울에 14시간, 여름에 5~6시간 매일 정전이 되는 환경은 적응하기 힘들다. 많은 집들이 히말라야를 봐야 하기 때문에 북향으로 지어졌다. 이런 까닭에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 카트만두임에도 겨울에 꽤 춥다. 만성적인 가스와 유류 공급난을 겪는 나라에서 겨울에 전기까지 쓸 수 없으니 난방할 방법도 없다. 히말라야를 오체투지로 넘는 티베트 스님들이 외국인들에게 ‘겨울을 네팔에서 지내는 것도 꽤 힘든 수행이다’라는 덕담을 할 정도라면 이해들 하실까.
뿐만 아니다. 수도인 카트만두도 대부분의 가정에서 쓰는 생활용수는 지하수다. 전기로 퍼올린다. 그러니 지금까지 전기가 복구되지 않은 지역은 씻지도 못한 상태에서 지내고 있다. 밤이 꽤 쌀쌀하기 때문에 노숙을 하기 위해선 서로 껴안고 잘 수밖에 없는데, 며칠동안 씻지 못한 서로 안고 자야하는 고역도 이번 재앙이 사람을 괴롭히는 여러 가지들 중 하나다.
한국에는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지진의 진앙은 무글링이라는 도시에서 꽤 가까운 지역이었다. 또 규모 6의 여진이 여러 번 강타한 곳은 국경도시 코다리와 티베트의 쓰가체였다. 인도로 연결되는 물류의 중심도시는 비르간즈라는 곳이다. 지도상으로는 여기서 헤타우타를 거쳐 카트만두로 오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다. 하지만 길이 워낙 험하기 때문에 밤에 이 길을 운전하는 트럭 운전수는 없다. 주로 이용하는 길은 상대적으로 덜 험한 비르간즈-바라트뿌르-무글링-카트만두 노선이다.
그런데 그 물류의 주요 통로 도시라고 할 수 있는 무글링이 지진으로 쓸려나갔다. 그리고 여진의 진앙이었던 코다리는 티베트로 연결되는 물류 거점이다. 쓰가체는 중국의 철도 종착역이다. 그러니 중국과의 물류도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네팔을 두고 항상 인도와 경쟁에 나서는 중국이 인도에 견줘 상대적으로 적은 지원을 하고 있는 상태인 것을 보면 티베트도 만만찮게 파괴되어서 그런 것으로 짐작된다. 무엇보다 최악은 핵심 물류 도로 둘이 파괴되어서 물가가 널을 뛰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가슴 아픈 소식은 27일 저녁에 전해졌다. 깐띠뿌르 뉴스는 카트만두의 대표적인 화장터인 파슈파티나트 사원의 아르야가트에 시신을 태울 장작이 모자란다는 소식을 전했다. 카트만두에서만 수습된 시신이 300구다. 지진 다음날 수습된 시신을 모두 화장하느라 아르야가트는 하루종일 연기에 뒤덮여 있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자 힌두교들에게 주요 성지인 파슈파티나트 사원을 관리하는 파슈파티나트 개발위원회는 "임시 화장장을 만드는 것도 벅찬 상태"라고 전했다.
인도의 힌두교 성지로 역시 많은 이들이 죽음을 위해 대기하는 바라나시의 화장터에서 시신 1구를 화장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작은 대체로 400㎏이다. 그런데 이들은 지진 이후 250㎏ 정도로 1구를 화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장작이 모자란 것이다. 얼마나 많은 시신이 화장터로 온 걸까. 경찰이 확인한 사망자는 27일 저녁 이미 4000명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아직 사망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은 더 많을 것이다.
혼란 와중에 유언비어가 퍼지고 있다. 만성적인 유류·가스 공급난을 겪는 나라이다 보니, 이번 지진으로 유류 저장고들이 모두 파괴되어 더 이상 공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중간 판매상들이 매점매석을 위해 유포했던 유언비어다. 네팔석유회사는 즉각 대응했다. 27일 아예 자신들이 확보하고 있는 석유 제품들의 상태를 공개했다. "휘발유는 3일치, 디젤은 12일치 있으며 락싸울에서 넘어오고 있으므로 유언비어에 속지 말라"며 "판매를 거부하는 중간 판매상들은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많은 이들이 네팔을 돕기 위해 자원봉사를 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최근 영국 매체인 <가디언>에 제언이 하나 실렸다. ‘네팔에 무조건 달려가지 말고 이것을 먼저 읽으시오’라는 제언인데, 클레어 베넷이 썼다. 2010년 아이티 지진 때 자원봉사를 위해 무조건 현장으로 달려갔던 이들이 있었다. 하지만 재난지역에서 구호능력이 있는 이들이 이 자원봉사자들을 돌보느라 피해자들에게 집중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베넷은 이 경험을 두고 네팔에서 비슷한 인재가 다시 벌어질 것을 우려해 여섯 가지 조언을 썼다.
첫 번째, 혼돈 상태가 진정되는 몇 주간이 지나기 전까지 달려가지 말라. 만약 이런 재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만 관련된 국제기구에 가입해서 당신의 능력이 가장 필요한 곳에 배치될 수 있도록 하라.
두 번째, 물품을 기부하지 말라. SNS에서도 안 쓰는 헌 옷을 보내자는 이야기들이 돌고 있는데 사실 헌옷은 일단 분류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나눠주기 힘들다.
세 번째, 돈을 보내라. 지금 당신의 비행기표, 혹은 오래된 티셔츠들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다. 명망있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돈을 보내고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하라.
네 번째, 단기적으로는 기부가 필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지역 경제 복구를 해칠 수 있지만 당장 급한 물품들이 있다.
다섯 번째, 지속 가능한 형태의 재건 모델을 생각하라. 아마 파괴된 집들을 재건하는 프로그램들이 가동될 것이다. 이때 많은 해외 자원봉사자들의 노동력이 필요할 것이다.
여섯 번째, 그래도 만약 가길 결정했다면 네팔에 대해 배우고 떠나길 바란다.
한국의 많은 분들에게도 이 여섯 가지 조언은 유효할 것 같다. 사실 지난 2004년 쓰나미 참사에서도 단순봉사자들의 활동이 거꾸로 구조활동을 더디게 만들기도 했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글·사진 성상원/네팔 교민·<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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