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이 네팔을 강타한 지 하루가 지난 26일 카트만두 인근 박타푸르에서 주민들이 오열하고 있다. 박타푸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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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년만의 최악 참사, 왜?
인도판-유라시아판 충돌…진원 11로 얕아 피해 커져
전문가 “카트만두시 전체가 남쪽으로 3m 이동”
미국서 “지진위험 심각” 보고서 나온지 한달 안돼 현실로
수천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많은 이의 삶의 터전을 폐허로 만들어버린 네팔의 대지진 피해는 ‘예견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대륙판이 만나는 곳에 위치한 네팔의 입지와 급속한 도시화, 부실한 건축물 구조가 강진에 취약하다는 경고를 반복해왔지만, 그에 걸맞은 대비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7.8의 강력한 지진 규모와 진원이 얕은 점도 히말라야의 비극을 키웠다.
25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를 강타한 지진의 직접적 원인은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이다. 인도판은 중앙아시아를 향해 북쪽으로 연평균 5㎝씩 이동하는데, 유라시아판과 교차하는 지점에 강한 압력이 가해진다. 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인도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파고들면서 발생한 충격파가 이번 카트만두 지진이다. 히말라야 지역 지진의 역사를 연구해온 로저 빌럼 미국 콜로라도대학 지질과학 교수는 이번 지진으로 카트만두 밑으로 지나는 약 120㎞ 길이의 단층이 파열지대를 형성하며 3m가량 엇갈렸다고 설명했다. 빌럼 교수는 이번 지진이 “카트만두시 전체를 남쪽으로 3m 이동시켰다”고 덧붙였다.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도 한때 바다에 둘러싸인 섬이던 인도판이 북진해 아시아 대륙과 충돌하면서 4000만~5000만년 전 솟구친 산맥이다. 이처럼 두 대륙판이 충돌하고 있는 이 지역에선 대규모 지진이 잇따라 일어났다. 네팔에서는 1934년 규모 8.2의 강진이 에베레스트 산맥에서 남쪽으로 약 9.6㎞ 떨어진 지점에서 발생했다. 당시 1만명 이상이 숨져 네팔 역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기록됐다. 1988년에는 6.8 규모의 지진으로 1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2005년 이 두 판의 충돌로 카슈미르 지역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일어나 약 8만명 이상이 숨졌다.
이번 지진의 진원이 지하 11㎞의 얕은 곳에 있었던 점도 피해를 키운 요소다. 영국 오픈대학의 데이비드 로서리 교수는 “진원이 얕아 지표면의 흔들림이 심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수십년간 네팔에서 강진이 일어날 위험성과 함께 카트만두가 세계에서 지진에 가장 취약한 도시 가운데 하나라고 경고해왔다. 미국 지질연구소의 지질학자 수전 허프는 “우리는 이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우리가 예고한 지진들은 결국 발생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시기를 예측할 수 없을 뿐이었다.
25일 밤 카트만두 시민들이 여진을 우려해 길거리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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