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구슬 폭탄배낭’ 멘 남자 보인뒤 ‘쾅’ 자폭 용의자 3명 압축…1차 테러 이슬람단체 재범행 추정
지난 1일 밤 인도네시아 휴양지 발리섬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테러를 조사중인 현지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용의자의 주검과 현장 비디오 테이프를 토대로 용의자 3명에 의한 자폭테러 사건으로 단정짓고 이들의 신원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테러 발생 이틀이 지난 3일에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단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단 수사당국은 이슬람주의 무장단체인 ‘제마 이슬라미야’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마 이슬라마미야는 국제테러조직인 알카에다의 동남아 연계조직으로, 지난 2002년 10월 202명의 목숨을 앗아간 발리 나이트클럽 테러와 관련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 단체는 지난해 9월 자카르타에서 발생한 오스트레일리아대사관 폭파사건과 2003년 8월 자카르타 메리어트호텔 폭파사건에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쇠구슬 폭탄 사용=자살테러를 감행한 용의자들은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고성능의 티엔티 폭약에 베어링 형태의 작은 쇠구슬을 대량으로 섞어 사용한 것으로 수사 결과 밝혀졌다. 2003~2004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두 건의 폭파사건은 자동차가 범행에 이용됐다. 범인들은 사건현장이 복잡하고 비좁은 골목길로 이어져 있어 자동차를 이용한 범행이 어렵자 쇠구슬을 가득 채운 폭발물을 자신의 몸에 감추고 현장에 잠입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실제 현장에서 발견된 주검에는 수많은 쇠구슬이 박혀 있었다. 자동차를 이용한 테러사건 이후 대형건물 경비가 강화되자 경비가 느슨한 쪽으로 대상을 변경했다는 게 현지경찰의 분석이다. 비디오속 남자=경찰은 폭발직전 한 관광객이 찍은 현장 비디오를 입수해 분석중이다. 이 비디오에는 검은색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한 남성이 등에 무엇인가를 메고 식당으로 걸어 들어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남성이 화면에서 사라진 직후 섬광과 함께 폭탄이 폭발하면서 아비규환으로 변한 현장 모습이 담겨져 있다. 수사관들은 2002년 발리테러 이후 수배돼온 제마 이슬라미야의 핵심지도자 아자하리 빈 후신과 누르딘 모하메드 등 2명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타이에서 검거된 전 제마 이슬라미야 지도자 함 발리의 후계자 ‘1순위’에 올라 있다. 그가 작성한 폭탄제조 교범은 2002년 발리, 2003년 자카르타 메리어트 호텔 폭탄테러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망자 수 혼선=경찰은 애초 전체 사망자 수는 26명이라고 발표했으나 곧 22명이라고 수정했다. 그러나 주검이 안치된 상라병원 관계자는 3일 현재 모두 27구의 주검이 안치돼 있다고 밝혀 혼선이 일고 있다고 <아에프페통신>이 전했다. 일간 <자카르타 포스트>는 실종된 사람이 많아 희생자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병원 직원은 “아직도 희생자 주검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폭탄테러로 다친 한국인 6명 중 4명이 3일 오전 대한항공편으로 귀국했다. 백순남(30)씨는 “우리 일행말고도 당시 식당에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그 중에는 한국인들도 더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인 추가 부상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도형 기자, 외신종합, 연합 aip209@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