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4.06 11:48
수정 : 2015.04.06 11:48
타이·미얀마도 연루…월마트도 ‘깨끗한 수산물’ 압력
수년 동안 인도네시아 외딴 섬에 갇혀 착취당한 ‘노예 선원’ 300여 명이 지난 4일 구출돼 임시 거주소로 옮겨졌다.
대부분이 미얀마인인 이들은 17시간의 항해 끝에 투알 섬의 임시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선장 아들이 휘두른 마체테 칼에 베여 입술에서부터 뒷목까지 흉터가 남은 아웅아웅(26)은 “행복하다. 오래전부터 집에 가고 싶었다”며 “칼 맞은 뒤부터 특히 집이 그리웠다. 배에서 죽는가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 미얀마 선원들은 원래 타이 행을 약속받았다가 인도네시아로 팔려 간 수백명 가운데 일부이다. 이들이 잡은 생선은 타이로 운반돼 미국 등 세계 곳곳의 소비자들에게 수출된다.
일부 보도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3일 벤지나 섬을 방문한 인도네시아 정부 조사단은 현지의 참혹한 상황을 파악한 뒤 선원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한 ‘집행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즉시 철수하라고 지시했다.
수산부 관리들은 노예 같은 선원 생활을 한 그들에게 섬을 떠날 수 있다고 설명하자 약 320명이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그들은 폭우가 내리는데도 배로 뛰어가 얼마 되지 않는 소지품을 비닐백에 담아 항구로 돌아왔다고 한다.
미얀마 관리들도 다음주 현지를 방문해 이들의 귀향을 돕는 한편 여전히 갇혀 있는 다른 미얀마인들의 소재를 파악할 예정이다.
이번의 뜻밖의 구출은
보도를 인도네시아 관리들이 직접 확인한 뒤 이뤄졌다. 당시 선원들은 항해 중 매질을 당하고 전기충격기에 맞아 기절하기도 했으며 깨끗한 물도 없고 굶주린 상태에서 쉼없이 하루종일 일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이렇듯 일하고서도 보수는 거의 없었고 집에도 갈 수 없었다는 것이다.
벤지나 섬은 인도네시아의 아주 외딴 곳이다. 지난달에야 전화 기지국 설비가 설치돼 이동전화 통화가 가능해졌을 정도이다.
이렇듯 외진 곳에서 ‘집행자’로 알려진 인도네시아인은 제멋대로 날뛰면서 폭행을 가했다. 선장이 고용한 ‘집행자’는 선원들에게 두려움과 증오의 대상이었다.
타이 정부도 지난주 초 벤지나 섬에 조사단을 파견, 인신매매된 타이인들을 찾아나섰으나 그 조사 결과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그것과는 딴판이었다.
선상 학대행위를 부인했고 선원들은 모두 타이인이었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 출신 선원들이 타이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었다.
타이는 세계 3위의 수산물 수출국이다. 최근 들어 벤지나 섬에서 방콕의 한 외항으로 어획물이 운송되는 장면이 인공위성에 포착된 뒤 ‘깨끗한 수산물’을 팔라는 압력을 갈수록 거세게 받고 있다.
미국 국무부도 미얀마 정부에 ‘노예 선원’을 빨리 귀환시키라고 압력을 넣고 있고 미국 대형 슈퍼마켓, 소매상 등도 동조하고 나섰다.
미국 최대 소매상 월마트의 마릴리 매키니스 대변인은 “우리 공급망에 인신매매같은 것이 연루돼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선원 학대 행위를 종식시키려는 정부 조치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국제이주민기구에 따르면 벤지나 섬 일대에 4천명가량의 외국인 노예 선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구출된 320여명의 4분의 3은 미얀마인이고 나머지는 캄보디아, 라오스, 소수의 타이인 등이다. 타이인 선장은 같은 타이인 선원은 ‘봐 준다’고 인도네시아 선원들은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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