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5.03.31 15:56 수정 : 2015.04.01 01:38

인도 소. 구글 이미지 캡처

마하라슈트라 주, 모든 소 도축·유통 전면 금지 법안 통과
식탁에서 쇠고기 사라져…육식동물들도 닭고기 뜯는 신세

인도에서 한 지역 정부가 추진한 동물보존법이 뜻밖의 정치·경제적 파장을 낳고 있다. 인도의 경제중심지인 뭄바이가 주도인 마하라슈트라 주 정부는 이달 초 모든 소의 도축과 쇠고기 보관 및 유통을 전면 금지하는 ‘동물 보존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마하라슈트라 주는 현재 인도 집권당인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인도인민당(BJP)이 주지사와 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이미 대다수 주에서 암소의 도축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특히 힌두교도들은 흰 암소를 신성시하며 숭배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런데 이번 법 개정으로 암소 뿐 아니라 수소들도 나이와 거세 여부에 상관 없이 도축이 금지됐다. 마하라슈트라 주에선 어느 누구도 쇠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법을 어기면 최대 징역 5년과 1만루피(약 18만원) 벌금이 부과된다. 지난 27일에는 이 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무슬림계 축산업자 2명이 소를 도축한 혐의로 체포돼 구류 5일을 선고받았다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가 보도했다.

축산업계와 관광업계는 물론이고 야당과 비정부기구들도 무리한 법률과 적용에 반발하고 나섰다. 축산업계는 개정법 시행 직후 파업에 들어갔다. 금지 대상이 아닌 버팔로(들소) 고기의 공급·유통까지 거부하고 있다. 가정집 식탁 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과 사업가들이 찾는 호텔과 레스토랑의 메뉴판에서도 쇠고기가 사라졌다. 대부분 주로 무슬림과 기독교도인 쇠고기 유통업자와 식육 소매상들은 당장 생업에 위협을 받고 있다.

쇠고기 전면 금지 파동은 최근 인도 사회와 정치권에 힌두교 원리주의가 득세하는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인도 정치분석가인 니르자 초두리는 29일 <뉴욕 타임스>에, 이 법이 통과된 것은 지난해 총선에서 집권한 인도인민당의 나렌드라 모디(64) 총리와 힌두민족주의자연합 사이에 일종의 거래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모디 총리도 철저한 힌두민족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반대론자들은 이 법이 수많은 사람들의 개인적 선택권과 식습관, 나아가 종교와 신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한다. 주 정부는 그러나 인도 독립운동 지도자였던 마하트마 간디가 생전에 소 도축 전면금지를 지지했다며 문제의 법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쇠고기 금지법으로 마하라슈트라 주 야생동물보호구역의 육식동물들도 뜬금없는 ‘치킨 다이어트’를 하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인도의 관광명소인 산자이 간디 국립공원에 있는 벵갈호랑이, 사자, 독수리 등 육식동물들이 기존의 싱싱한 쇠고기 대신 닭고기를 뜯는 신세가 됐다고 전했다. 고양이과나 맹금류 등 육식동물은 신선한 쇠고기에서 피맛을 즐기는데 이젠 그럴 수 없게 된 것이다.

인도의 소 숭배와 쇠고기 금지가 실은 역사적 근거가 없으며 힌두민족주의자들의 차별과 배제의 논리일 뿐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인도 델리대학의 역사학자 드위젠드라 나라얀 자 교수는 2001년 저서 <성스러운 암소 신화>(The Myth of the Holy Cow)에서 “인도 사람들이 고대부터 쇠고기를 안먹었다는 것은 근대에 만들어진 신화이자 허구적 이데올로기”라고 단언했다. 힌두민족주의 기득권 집단이 성스러운 암소 고기를 입에 대지 않는 힌두교도와 암소를 잡아먹는 야만스런 이교도들로 편을 가르고 분열을 조장해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고대 인도에서는 암소를 제의 희생물로 바치는 일이 빈번했으며, 종교적 목적이나 식용으로 소의 도살이 행해졌다는 기록을 낱낱이 밝혀냈다.

인도의 금기를 건드린 이 문제작은 당장 ‘신성 모독’이란 이유로 힌두교 맹신자들의 거센 분노에 부닥쳤다. 지은이는 신변 위협에 시달렸고, 책은 한때 인도 법원의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다. 국내에도 ‘인도민족주의의 역사 만들기’라는 부제가 달린 번역본이 나와 있다.

조일준 기자ilju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