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연쇄 폭탄테러가 일어난 인도네시아 발리 짐바란 해변의 한 식당에서 겁에 질린 한 여성이 도움을 받으며 폭발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발리/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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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살 어린이 포함 현진인들 주로 희생 아시아지역 테러위험 높아졌다는 증거 도쿄·싱가포트 등 또다른 목표 될 수도
2002년에 이어 3년 만에 인도네시아 발리를 다시 뒤흔든 폭탄테러로 아시아 지역에 대한 폭탄테러 경고가 높아졌다. 9·11 동시테러 이후 미국과 유럽 나라들이 출입국 검색을 강화하고 테러조직들의 돈줄을 차단하는 등 테러방지 대책을 강화해 온 데 비해 이런 조처가 비교적 느슨한 아시아 나라들의 테러 위험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테러공격을 겪은 뉴욕과 런던 등에서 테러가 재발할 수 있다는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서방 관광객이 많이 찾는 발리는 서방에 대한 경고라는 의미에서 극단주의자들의 표적이 될 수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금융 중심지들이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계속돼 왔다. 프랑스의 대테러 전문가인 장 루이 브뤼기에르 판사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회견에서 도쿄와 싱가포르 등이 알카에다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경제에 큰 타격”=“도대체 발리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습니까? 왜 늘 발리가 표적이 되는 겁니까?” 발리의 택시기사 사이드 하산은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 끔찍한 폭탄테러에 분노했다. 외국인 희생자들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실제로 이번 사건의 주요 희생자들은 인도네시아인들이다. 특히 4살짜리 어린이가 숨지는 등 현지인들이 큰 피해를 봤다. 살아남은 이들도 1차 발리테러 이후 오랜만에 회생 기미를 보이던 인도네시아 관광산업과 경제가 다시 휘청이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에이피통신>은 전했다. 관광산업은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GDP)의 5%를 차지하며, 발리와 근처 롬복은 특히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주요 관광지다. 관광업 등에 종사하는 한국 교민들도 이번 사건으로 다시 겪게 될 어려움을 걱정하며 한숨을 쉬고 있다. 한편, 단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의 경제 전반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경제 분석가들은 전망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 1일 보조금을 삭감해 국내 석유값을 무려 126%나 인상하자 시위가 계속되는 등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제마 이슬라미야는 어떤 단체?=이번 테러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제마 이슬라미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슬람 공동체’라는 뜻의 제마 이슬라미야는 1960년대에 결성됐으나 그 뿌리는 17세기 네덜란드의 식민통치에 저항했던 이슬람주의 단체들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동남아 일대에 이슬람 원칙에 충실한 국가를 건설하려는 느슨한 공동체로 출발했으나 80년대에 조직원들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군에 맞선 전투에 참가하면서 무장단체로 탈바꿈했다. 90년대 이후에는 알카에다와 연대해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최근 인도네시아 등에서 일어난 주요 폭탄공격의 배후로 지목돼 왔다. 2002년 발리테러 이후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 단체를 강력히 탄압하고 불법화하도록 요구해 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 단체의 창시자로 정신적 지도자인 아부 바카르 바시르와 무장활동 책임자인 함발리를 체포하는 등 소탕작전을 계속해 왔으나 이번 테러를 막지 못했다.
인도네시아는 국민 대부분이 무슬림인 인구 기준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제마 이슬라미야를 불법화할 경우의 국내 반발을 고려하며 조심스럽게 대응해 왔다. 박민희 기자, 연합뉴스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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