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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3.24 20:20 수정 : 2015.03.24 20:20

24일 싱가포르 대통령궁인 이스타나궁 정문에 놓인 리콴유 전 총리 사진 앞에서 추모객이 절하고 있다. 23일 숨진 리 전 총리의 시신은 현재 이스타나궁에 있으며, 궁 정문이 주요 추모 장소가 되고 있다. 싱가포르/AP 연합뉴스

외교관계서 실용주의 중시
70년대부터 중국 교류 앞장
미국·대만 안보협력도 긴밀
주변국 협력체 ‘아세안’ 주도

“역사의 진정한 거인”(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중국 인민의 오랜 친구”(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세계인들에게 기억될 특별한 지도자”(마잉주 대만 총통)

23일 세상을 떠난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에 대해 미국부터 중국, 대만에 이르기까지 세계 지도자들의 애도가 쏟아지고 있다. 북한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박봉주 내각총리가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에게 “우리 인민의 친근한 벗인 리관유(리콴유) 각하가 애석하게 서거하였다는 슬픈 소식에 접하여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내용의 조전을 보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는 북한과 1975년 수교해 비교적 활발히 교류해왔다.

각국이 앞다퉈 추모에 나선 배경에는 리 전 총리가 취했던 냉정한 외교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생존이 우리의 이데올로기”라고 말할 만큼 실용주의를 강조했던 그는 외교에서도 세력 균형을 중시했다.

중국과는 동서 냉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부터 교류했고 1990년 공식 수교했다. 1976년 리 전 총리는 중국을 방문해 덩샤오핑 당시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회담했고, 덩은 1978년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리 전 총리는 중국의 잠재력을 가장 먼저 인식하고, 중국과의 교류와 투자에 앞장섰다. 싱가포르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에서 중요한 모델이 되었고, 싱가포르와 중국은 중국 쑤저우에 공업원구를 개발해 함께 발전시켜 왔다. 중국공산당 지도부는 싱가포르 모델을 ‘관리된 민주주의’ 또는 ‘자애로운 독재’로 여기며 일당통치를 유지하면서도 경제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벤치마킹 대상으로 연구해왔다.

리 전 총리는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키면서도 미국과의 안보 협력이나 대만과의 관계가 어그러지지 않도록 한 냉철한 전략가였다. 싱가포르가 중국과 수교한 이후에도 대만은 싱가포르에서 군사훈련을 할 만큼 양국은 비교적 가까운 관계다. 마잉주 대만 총통은 리 전 총리 장례식에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리 전 총리는 미군이 자국 항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미군은 최신 군함인 연안전투함을 싱가포르에 배치하기로 했다. 리 전 총리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 이래 역대 미국 대통령들에게 아시아 정책을 조언하는 등 ‘아시아의 키신저’로 불리기도 했다. 리 전 총리는 장기적 관점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위상은 약화될 것이며, 미국은 중국의 대등한 지위를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리 전 총리는 싱가포르가 전략적 요충지인 말라카 해협에 위치해 있고, 주위에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라는 대국이 있어 세력 균형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협력체인 아세안 출범을 주도했다. 리 전 총리는 1999년 한국을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군국주의화 가능성에 대해 “미국의 핵 우산이 없어지면 일본이 잠자코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기원 김지훈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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