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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3.05 19:36 수정 : 2015.03.05 22:59

영국 감독 2년간 ‘인도의 딸’ 제작
범인 “성폭행 여자 책임” 망언
인도, 국내 방영 금지·유포 단속
외국에서의 상영도 중단 요구

2012년 인도 뉴델리의 버스 안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숨진 23살 여대생 사건을 조명한 다큐멘터리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인도 법원과 정부는 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국내 방영을 금지한 데 이어 외국에서의 상영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다큐를 제작한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끔찍한 범죄를 통해 인도 내 여성 지위를 드러낼 것’이라며 4일 방송을 강행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다큐 <인도의 딸>(India’s Daughter)은 애초 ‘세계 여성의 날’인 오는 8일에 방송될 예정이었다. 방송에 앞서 <비비시>는 2일 범인 중 하나로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무케시 싱(29)의 인터뷰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피해 여성의 책임” 운운하는 그의 발언에 논란이 일자 <비비시>는 방송 일정을 앞당겼다.

다큐는 2012년 12월16일 물리치료사를 꿈꾸던 대학생 요티 싱이 남자친구와 함께 버스에 탔다가 운전기사 등 6명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건을 담았다. 범인들은 여대생을 성폭행한 뒤 쇠막대기로 장기를 훼손했다. 남자친구는 심하게 구타당해 그를 도울 수 없는 상태였다. 둘은 탑승 1시간여만에 알몸으로 길거리에 버려졌다. 여대생은 13일 뒤 숨졌고, 이 소식은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영국 감독 레슬리 우드윈
영국 감독 레슬리 우드윈(사진)은 2013년부터 이 사건의 범인과 변호인, 여성 인권운동가들을 만나고 기록했다. 다큐 방영에 앞서 우드윈 감독은 “문제는 단순히 성폭행에 있지 않았다. 사회에 있었다”라며, 인도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4일 방영된 다큐에서 당시 피해자들이 탔던 버스 운전사이자 성폭행범 중 한명인 무케시 싱은 전근대적인 여성관을 드러냈다. 그는 “정숙한 여자라면 밤 9시에 싸돌아다니지 않는다. 성폭행에서는 남자보다 여자의 책임이 훨씬 크다”라고 말했다. 또 “성폭행당할 때, 그녀는 저항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저 조용히 성폭행을 받아들였어야 한다. 그랬다면 그들이 그녀를 범한 뒤 (버스에서) 내려줬을 것이고, 남자(친구)도 그냥 때리기만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드윈 감독은 싱이 인터뷰 내내 미소를 띤 얼굴로 어떤 후회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도 정부는 일찌감치 단속에 나섰다. 정보방송부는 3일 자국 내 방송을 금지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어떤 플랫폼에서도 다큐가 공유되는 것을 불허했다. 경찰은 교도소 내 인터뷰 허가 등 제작 과정에 위법이 있는지 수사에 나섰고, 의회담당장관은 “인도를 헐뜯기 위한 국제적 음모”라고 규정했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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