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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9.29 13:58 수정 : 2005.09.29 14:25

풍수지리는 미신인가 과학인가. 중국에서 최근 풍수학이 학문으로 성립할 수 있느냐 여부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논쟁은 난징의 <진링완바오>(금릉만보)가 지난 5일 “건축풍수, 정식으로 난징대학 강단에 오르다”란 제목으로 난징대학 역학연구소가 마련한 연수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난징대학 역학연구소는 지난 8월 중국건축문화중심의 위탁을 받아들여 ‘건축풍수문화 연수반’ 프로그램을 개설하기로 하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 보도가 나가자 전국에서 연수반에 등록하려는 이들이 수천명이 모여들었다. 등록자들은 대체로 △부동산 관련 종사자 △풍수 애호자 △민간의 ‘풍수선생’(풍수를 볼 줄 아는 사람) 등 크게 세 부류로 구성됐다.

난징대학의 풍수연수반이 큰 인기를 누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천즈화 칭화대학 건축학과 교수, 타오스룽 중국 국가 과학 보급 작가 등이 중심이 돼 “대학에서 미신을 강의하게 할 수 없다”는 여론이 일었다. 천 교수는 “이건 황당무계한 속임수이며 풍수란 가짜 과학”이라며 “풍수는 사람을 속여 돈을 챙길 생각밖에 없는 미신”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고 <진링완바오>가 전했다. 그는 또 “오늘날 우리가 풍수를 연구하는 것은 옛사람의 건축을 보면서, 가령 천단은 왜 지붕을 둥글게 하고 아래는 네모나게 지었는지 따위를 이해하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지, 그것 자체를 과학으로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국가 과학 보급 작가인 타오는 “풍수란 명당 선택해 선조의 유골을 묻으면 후손이 승관발재(升官發財, 벼슬길에 오르고 재산을 크게 모으는 일)할 수 있고 대대손손 자손이 끊이지 않는다는 황탄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풍수는 진정한 과학의 발전을 방해하고 연구방향에 혼선을 줄 뿐 아니라 속임수로 큰 돈 버는 일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시골에 가면 풍수건축 때문에 이웃집끼리 싸움이 붙여 몇 대째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며 “이런 현상은 우매이자 민족의 비애”라고 지적했다.

중국 건축학계에서 영향력 있는 이들의 비판에 부닥친 ‘건축풍수문화 연수반 프로그램’은 결국 좌초했다. 난징대학은 “대학이 앞장서 미신을 강의한다”는 혐의를 벗기 위해 이달 초 일단 이 프로그램을 접었다.

그러나 중국 고대풍수를 연구해온 적지 않은 연구자들은 풍수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가 이런 사태를 빚었다며 아쉬워했다. ‘풍수’와 같은 ‘미신’을 연구하는 일이 아직 금기시되던 1980년대 선구적으로 연구를 시작한 위시셴 베이징대 교수는 “중의학도 전통시기의 과학이었고 풍수도 전통시기의 과학이었으나, 중의학은 과학적 근거가 있는 내용(정수)과 그렇지 않은 미신(찌꺼기)을 분리해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나 풍수는 그런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풍수는 6500년 전 앙소문화에서부터 흔적을 찾아볼 수 있으며 한나라 때 와서 미신의 색채가 짙어지기 시작하는데, 한나라 시절의 중의학도 미신적인 요소가 많은 건 마찬가지였다. 1949년 신중국 건국 이후 당국은 전국 각지에 중의학 대학을 세우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중의학을 연구해 오늘날 “세계 의학의 중요한 구성 부분”으로 평가받기에 이르렀으나, 풍수에 대해서는 내용의 옥석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미신으로 취급해 합리적인 내용까지 버려지게 됐다는 것이다.

<주역>과 풍수를 연구해온 리수여우 난징대 교수는 “저장성 진화란시, 후이저우의 훙춘 등 오늘날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마을들은 모두 고대 풍수에 따라 가꿔져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고 지적한다. 그는 “건축풍수는 도시 전체의 배치를 중시하고 특히 건축 사이의 합리적인 거리와 전체적인 조화를 중시하며,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지점을 고르는 일을 중시한다”며 “이런 요소는 현대 건축 이론에서 가장 부족한 점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국이 전통 건축이론을 내버리고 서방 건축이론만 전면적으로 받아들임에 따라 전국 도시가 천편일률처럼 똑같은 모습을 지니게 됐으며, 도시 하나를 보면 중국 전체를 본 것과 다를 게 없는 형편이 됐다”고 말했다.


풍수가 “미신인가 과학인가” 하는 중국의 논쟁은 한국에서 전통 풍수를 연구했던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가 불러일으킨 논쟁을 연상시킨다. 이번 논쟁은 일단 풍수 연구자들의 패배로 끝났지만, 중국에서 ‘과학적 사회주의’가 억눌러왔던 전통 과학의 가치에 대한 논쟁은 이제 막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베이징/<한겨레> 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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