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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16 20:33 수정 : 2014.12.16 20:33

경찰의 진압 작전 끝에 인질범을 비롯해 3명이 숨지고 막을 내린 인질극 뒤 16일 오전 사건 현장인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중심가 마틴 광장의 린트 초콜릿 카페 근처에서 한 무슬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헌화를 하고 있다. 시드니/EPA 연합뉴스

진압중 범인 등 3명 사망·4명 부상
인질범은 이란 출신 난민 모니스
각종 범죄 연루…IS 연관성 불투명
‘IS 표방’ 테러 늘어날 가능성

1993년 1월25일 미국 버지니아주 랭글리의 중앙정보국(CIA) 정문 앞에서 파키스탄 청년 미르 아이말 카시(당시 29살)가 차량을 향해 AK-47 소총을 난사했다. 출근중이던 중앙정보국 직원 1명이 죽고 3명이 부상했다. 현장에서 도주한 카시는 다음날 예약해둔 비행기표로 파키스탄으로 도주했다. 한달 뒤인 2월26일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 지하 주차장에서 굉음이 일었다. 파키스탄 청년 람지 유세프(당시 31살)가 픽업트럭에 실은 폭탄을 터뜨려, 6명이 숨지고 1000여명이 다쳤다.

카시와 유세프는 모두 개인적 차원에서 테러를 저질렀다. 이른바 ‘외로운 늑대형’ 이슬람주의 테러의 시초였다. 특히 유세프의 세계무역센터 폭탄 테러는 8년 뒤 9·11 테러의 원형이 됐다. 유세프의 삼촌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가 여기서 영감을 받아 9·11 테러로 발전시켰다.

그 뒤 서방 국가들에서 일어난 많은 테러는 ‘외로운 늑대형’이었다. 외부의 이슬람주의 무장단체와의 연계가 없이 개인적으로 기획해 저지르는 이런 형태의 테러는 정보·수사기관들이 미리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15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시드니 중심가의 카페에서 벌어진 인질극은 외로운 늑대형 테러가 전방위적으로 파생·분화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징후다. 16시간 넘게 이어진 이날 인질극은 경찰의 진압 작전 와중에 범인 만 하론 모니스(50)와 인질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하는 비극으로 끝났다.

호주 시드니에서 벌어진 인질극의 범인 하론 모니스.
범인 모니스는 확신에 찬 지하디스트로 분류되기는 힘든 인물이다. 이 점에서 이전의 외로운 늑대형 테러의 범인들과는 차이가 있다. 모니스는 자신의 부인 살해에 연루되는 등 정신 상태가 불안정한 사회적 일탈자의 성격이 짙은 인물이다. 그는 인질극 내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애초 그가 인질들을 붙잡은 채 이슬람국가(IS) 깃발을 내걸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순식간에 전세계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이슬람국가가 연루돼 서방에서 벌어진 첫 테러 사건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 이슬람국가의 연관성은 불분명하다. 이란 출신 난민이자 각종 범죄에 연루된 그는 자신의 사회적 일탈과 개인적 불만을 이슬람 극단주의로 포장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아파인 그는 최근 이슬람국가의 기반인 수니파로 개종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서 그는 이슬람국가와의 연관성을 암시함으로써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외로운 늑대형 테러의 범인들은 대부분 서방 생활에서 느낀 소외감 끝에 테러로 세상의 이목을 끌고자 했다. 이번 사건이 이슬람국가를 표방한 테러가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또 서방 국가 중에서 비교적 이슬람주의 테러의 안전지대로 꼽히던 호주도 이슬람주의의 폭풍 속으로 빨려들고 있음을 보여줬다. 호주는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조한 동맹국이다. 이에 반발하는 이슬람주의 세력의 경고등이 켜진 상태였다.

호주보안정보기구의 데이비드 어빈 국장은 70명의 자국 무슬림들이 시리아와 이라크 내전에 참가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100명 이상이 이슬람 무장단체의 회원들을 모집하는 등 적극적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호주의 무슬림 인구는 약 2.2%이고, 대부분이 온건한 세속주의 성향이 강한 무슬림이다. 하지만 다시 기승을 부리는 소수인종 차별과 대테러전에 대한 당국의 적극적 동참은 소외된 소수의 무슬림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경도되도록 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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