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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2.15 20:38 수정 : 2014.12.15 23:42

15일(현지시각)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카페에서 이슬람국가(IS) 추종자한테 인질로 붙잡혀 있다 탈출한 카페 여종업원이 경찰 쪽으로 달려오고 있다. 탈출한 인질 5명 중에는 한국인 배아무개씨도 있으나 이 여성이 배씨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드니/AP 연합뉴스

“범인은 이란 난민 출신 49살 남성”
수십명 아직 억류중
한국 동포 여대생 등 5명은 탈출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시드니의 한복판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추종자가 대규모 인질극을 벌여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15일(현지시각) 아침 9시께 시드니의 금융 중심가인 마틴 플레이스의 한 카페에 무장 괴한 한명이 들어가 종업원과 손님 등 수십명을 인질로 붙잡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인질 가운데는 카페의 종업원으로 일하는 한국계 동포도 있었으나 가까스로 탈출했다. 시드니의 상징인 오페라하우스에선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돼 관광객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호주 경찰은 인질극이 발생한 카페의 유리창에 이슬람 지하디스트(성전주의자)들이 사용하는 깃발이 걸린 것으로 미루어 인질범이 이슬람 극단주의자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인질범이 이슬람국가의 깃발을 자신한테 건네줄 것과 토니 애벗 총리와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질 중에는 이 카페의 종업원으로 일하는 한국계 여대생 배아무개(21)씨도 있었으나, 이날 오후 5시20분께 탈출에 성공했다. 배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시민권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사우스웨일스주 경찰청의 캐서린 번 부청장은 이날 저녁 “우리는 세계 최고 수준의 협상력을 갖고 있으며, 현재 인질들이 다치지 않도록 확실한 방법으로 인질범과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주 공영방송 <에이비시>(ABC)는 경찰이 인질범의 신원까지 확인했으나 구체적인 언론 보도를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경찰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범인은 성범죄 전과가 있고 호주의 파병 군인 전사자 가족들에게 증오 편지를 보낸 적이 있는 이란 난민 출신의 49살 남자”라고 보도했다.

<에이비시>의 현장 화면을 보면, 이날 카페 안에는 여러 인질들이 카페의 대형 유리창에 손을 댄 채 서 있고, 인질 2명은 검은색 바탕에 흰색 아랍어 글씨가 적힌 깃발을 바깥에서 볼 수 있도록 들고 있다. 깃발에는 이슬람교의 신앙고백(샤하다)인 “알라 외에 다른 신은 없으며, 무함마드는 그의 사도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카페 위층의 회사 직원 엘리너 길라드는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카페 유리창에 붙어 서 있도록 강요당한 인질 2명의 공포에 질린 얼굴을 봤다”며 “(인질들은)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 그 카페에서 커피를 사는 사람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인질극이 벌어지자 경찰은 인근 도로와 지하철역, 주요 건물 등을 봉쇄하고 중무장 경찰 수백명을 배치했다. 마틴 플레이스에는 미국 총영사관과 매쿼리그룹 본사, 호주연방준비은행 등 주요 공관과 기업체들이 있으며 쇼핑객이 붐빈다. 인근의 미국 총영사관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모든 직원들을 대피시키고 영사관을 잠정 폐쇄했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사건 발생 직후 국가안보위원회를 긴급 소집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애벗 총리는 “정치적 동기로 벌이는 폭력은 대중의 공포감을 자아내는 게 목적인데, 호주는 평화롭고 열린 사회이니만큼 (인질극으로) 바뀌는 건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며 시민들에게 일상 생활을 이어가달라고 당부했다.

호주는 최근 들어 미국의 ‘이슬람국가’ 공격에 적극 동조하면서 테러 위협이 높아져왔다. 호주 정부는 지난 10월 이라크에 자국군 특수부대 200여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이슬람 국가에 가담했다는 호주의 17살 청소년이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 미국, 영국을 공격하겠다고 주장하는 선전용 동영상이 공개되고, 호주에서 국내 자생적 극단주의 세력을 겨냥한 대테러법이 통과된 것도 그즈음이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호주 보안당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70여명의 호주인이 시리아와 이라크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가담하고 있으며, 이와 별개로 약 20명은 이미 호주로 되돌아온 상태라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어빈 호주보안정보기구(ASIO) 국장은 “100명이 넘는 호주 무슬림들이 전사를 충원하고 자살폭탄 공격 후보자들을 양성하며 돈과 장비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슬람 무장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테러리즘 전문가인 클라이브 윌리엄스 국립호주대 교수는 “호주의 지하디스트들은 이슬람국가를 추종하는 수니파 무슬림의 분파”라고 말했다.

한편 호주의 무슬림 성직자 단체인 ‘전국 이맘 위원회’는 15일 인질극과 관련해 성명을 내어 “이같은 범죄 행위를 분명하게 비난한다”며 “우리는 인질 및 그 가족들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연대하며, 재앙적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갈망한다”고 밝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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