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19 20:08
수정 : 2014.11.19 21:46
여론조사서 무소속 커원저 후보 우세
마 총통 지지율 하락·친중국 정책 탓
시장 자리 내주면 총통 선거 치명타
대만의 집권당인 국민당이 수도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만 <연합보>와 뉴스 채널인 <티브이비에스>(TVBS) 등 현지 언론들이 최근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롄성원(44) 국민당 후보는 무소속인 커원저(55) 후보에게 지지율이 18%포인트 가량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은 29일 타이베이, 가오슝, 타이난 등 5개 직할시를 비롯한 전국에서 동시 지방선거를 치른다.
롄 후보는 대만 부총통과 행정원장 등을 지낸 롄잔 국민당 명예주석의 아들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법학 박사 출신인 그는 타이베이의 대중교통 카드 업체인 유유카드사 회장을 지냈다. 출마 전까지는 금융투자 분야에서 일했다. 커원저 후보는 의사 출신의 정치 신인이다. 제1 야당인 민진당은 따로 후보를 내지 않고 커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롄 후보의 부진은 집권 6년 차인 마잉주 대만 총통의 낮은 지지율과 연관돼 있다. 마 총통은 최근 대만을 강타한 폐식용유 사건으로 인해 지지율이 10%대로 하락했다. 특히 마 총통의 친중국 정책에 대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대만인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3월 대만 대학생들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중국과의 서비스 무역협정을 추진한다며 20여일 동안 입법원 점거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대만 경제가 중국에 예속된다고 주장했다. 롄 후보는 개인적으로도 집안이 대만에서 손꼽히는 부호인 까닭에 “돈 있는 집안 출신이 권력마저 쥐려 한다”는 비판 여론도 적지 않다.
반면, 커 후보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참신함을 부각해 무당파와 젊은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 한 대만 정치평론가는 “기존 국민당 정권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과 시민 단체들이 커 후보의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당은 인구 269만의 타이베이 시장 자리를 내주면 2016년 1월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에서도 치명타를 받을 수 있다. 타이베이 시장 자리는 총통으로 가는 디딤돌로 여겨왔다. 리덩후이, 천수이볜 전 총통과 마잉주 총통 모두 타이베이 시장을 지냈다. 일부에서는 커 후보가 시장에 당선된다면 임기 도중 총통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과의 양안관계 화해를 추진해온 국민당이 정권을 내놓게 된다면, 중국도 곤혹스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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