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11.11 20:31
수정 : 2014.11.11 20:31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분석
“중 실크로드 전략, TPP와 차별화
정부 협력·국영 기업 주도 형태”
미국이 추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티피피)에 대한 중국의 진짜 대응은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라기보다는 ‘(신) 실크로드 전략’이라고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10일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8일 베이징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비회원 국가 정상들을 초청해 중국이 400억달러(약 43조원)의 ‘실크로드 기금’으로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자원개발, 금융협력 등의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육상, 해상 실크로드를 아울러 아시아 전역과 유럽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경제,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구상이다. 반면에 미국은 아·태지역 12개국과의 자유무역지대인 티피피를 조속히 타결하고자 하고 있다.
<포린 폴리시>는 ‘실크로드 전략’의 성격이 아·태 자유무역지대보다 더 뚜렷하게 티피피와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며, 아·태 지역에서 맹주 노릇을 하려는 중국의 구상과도 더 잘 맞아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티피피가 시장 자유화나 개방과 관련해 ‘높은 수준’을 강조하는 데 반해, 실크로드 전략에는 ‘수준’ 같은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티피피가 역내에서 정부나 국영기업의 역할을 줄이거나 제한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실크로드 전략에서 제시되는 사업은 정부 간 협력이나 대형 국영기업 주도로 추진된다. 또 티피피가 서비스산업과 지적재산권, 국내 규제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 대조적으로 실크로드 전략에서는 사회기반시설이나 에너지, 운송, 제조업의 이전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 쪽에서는 티피피가 현재 계획대로 중국을 배제한 채 출범하면 중국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이 잡지는 해석했다. 아·태지역 시장에 엄격한 노동·환경 조항이 적용됨으로써 중국이 아·태 지역 시장에서 배척되거나, 아니면 중국이 마지못해 티피피에 가입함으로써 좀더 개방된 경제체제로 이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국 주변 국가들은 티피피가 출범하면 중국이 주변 국가들과의 영토 분쟁에서도 자제를 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잡지는 전했다.
이 잡지는 그러나 중국이 이런 기대에 부응하리라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오히려 ‘실크로드 전략’을 추진함으로써 중국 중심의 구도를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중국의 전문가들은 티피피를 정치·경제적으로 중국을 약화시키려는 계획으로 보고 있다”며 “국제무역에 대한 영향력를 확보하려는 진짜 전쟁을 보려면 중국의 ‘실크로드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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