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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1.10 20:11 수정 : 2014.11.10 21:27

아직도 법적다툼…모레 재판
유가족·생존자 수백명 단식투쟁

 재앙은 느닷없이 닥쳤고, 보상은 한 세대가 지나도록 분쟁 중이다.

 오는 12월2일은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의 주도인 보팔의 미국계 화학공장 유니온 카바이드에서 치명적인 유독가스가 대량 누출돼 5300여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지 꼭 30년이 되는 날이다. 유니온 카바이드는 인도 정부와의 협상 끝에 사고 발생 5년 만인 1989년에야 보상금 4억7000만달러를 지불했으며, 2001년 미국의 화학그룹 다우 케미컬에 인수됐다.

 인류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로 기록된 이 참사는 지금도 보상을 둘러싸고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보팔 법원이 다우 케미컬에 오는 12일 열리는 심리에 출석할 것을 통보한 가운데, 희생자 유가족과 사고 생존자 대표 수백명이 10일부터 다우케미컬의 응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단식투쟁에 들어갔다고 <인디아TV>가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도 이 날 “인도와 미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4건의 ‘보팔 소송’ 중 어떤 것도 해결될 기미가 안보인다”며 “다우 케미컬은 1991년 시작된 형사재판에 왜 자회사인 유니언 카바이드를 내보내지 않는지 법정에 나와 해명하라는 소환장을 받았다”고 전했다.

 1984년 12월2일 자정께 유니온 카바이드의 살충제 공장에서 독성 화학가스가 40t이나 새어나오면서, 인도 정부의 공식 발표로만 수 일 만에 3500여명이 숨졌다. 인도의료연구협회는 사고 발생 10년이 지난 1994년까지 사망자 수만 무려 2만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생존자들도 암, 시각장애, 호흡 곤란, 심장질환, 무기력감 등 온갖 후유 장애를 호소하며, 상당수는 2세들도 사고에 따른 유전적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들은 57만명에 이르는 생존자 일인당 10만루피(약 177만원)의 추가 보상, 부상 및 후유장애 치료비의 재산정, 주민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 오염의 정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공장 주변의 주민들은 지금도 유동성 쓰레기가 방치된 사고현장에서 오염된 물을 식수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사고로 부인과 아들을 잃고도 기껏 6만루피(약 106만원)의 보상금을 받는 것에 그쳤던 나와브 칸(67)은 “자욱한 연기가 뒤덮이고 사람들이 토하며 쓰러졌다”고 당시 참상을 돌이켰다. 그는 “가족을 잃은 게 너무나 힘들었고 이젠 늙어가지만 나 같은 사람이 많다”며 “우린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도 정부도 다우 케미컬에 총 12억 달러의 추가 보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다우 케미컬은 유니온 카바이드를 인수하기 전에 이미 합의 보상이 끝났으므로 더 이상의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이견도 팽팽히 맞선다. 유니언 카바이드는 인도 노동자들의 사보타주(시설 파괴)로 가스가 누출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피해자들은 공장의 설계 결함과 유지 불량을 지적한다.

 공교롭게도, 이번 법정 심리를 불과 열흘 앞둔 지난 1일, 사고 당시 유니온 카바이드의 최고 경영자였던 워렌 앤더슨이 지난 9월29일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요양원에서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앤더슨 전 대표는 참사 직후 보팔 현장으로 갔다가 체포돼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으며, 그 뒤 다시는 인도 땅을 밟지 않은 것은 물론 단 한 차례도 법정에 서지 않은 채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조일준 기자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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