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7.25 19:29
수정 : 2014.07.25 22:10
“동북아 군비 경쟁 촉발” 우려
미 “러시아 겨냥한 것 아니다”
미국이 핵심적 미사일방어(MD) 체계인 ‘사드’(THAAD)의 주한미군 배치를 검토하고 있는데 대해 중국에 이어 러시아도 우려를 표명하고 나서 이 문제가 동북아의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24일(현지시각) 논평을 통해 “한민구 한국 국방장관이 주한미군을 통해 사드를 현지에 배치하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데 주목한다”며 “이런 발언은 앞서 한국 지도부가 여러 차례에 걸쳐 자력으로 예견되는 미사일 공격에 대처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것에 비추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한 장관은 지난 20일 <한국방송>(KBS)에 출연해 “만약 미국이 주한미군을 통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한다면 북한의 핵·미사일을 억제하고 한반도 안보태세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 찬성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는 본질적으로 미국의 전지구적 미사일방어 체계 전개 지역의 추가 확대와 그 시스템의 한반도 출현 전망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사태 전개는 불가피하게 (동북아) 지역의 전략적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이 지역에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으며 한반도 핵문제 해결에도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이러한 행보의 예견되는 결과를 자국 안보적 측면 등의 차원에서 면밀히 고찰해주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 미사일방어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해왔지만 사드 배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인 사드는 요격고도가 40~150㎞로, 탄도미사일의 상승-중간-하강 3단계 중 하강 단계의 상층(40㎞ 이상)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체계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우려하는 것은 사드 포대에 소속된 엑스밴드 레이더의 탐지거리가 1000㎞에 이르러 베이징·상하이·다롄 등 중국 주요 도시와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극동지역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요격 미사일의 운반수단은 해상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으나 레이더 탐지 영역은 한계가 있어 레이더 설치 지역 확대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특히 러시아가 이번에 우려를 표명한 것은 올해 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한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들은 러시아가 미국과의 외교적 대치 전선을 유럽을 넘어 동북아 등 전지역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24일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검토는 러시아를 겨냥한 게 아니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다양한 다른 위협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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