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6.12 19:54
수정 : 2014.06.12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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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9일 대선에 출마한 인도네시아투쟁민주당의 조코 위도도(조코위) 후보가 11일 서자바의 반둥에서 메가와티 당수와 함께 유세를 하면서 승리의 V자를 표시하고 있다. 메단·반다아체/AP·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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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쏙] 내달 9일 인도네시아 대선 향방은
‘인도네시아투쟁민주당’(PDIP) 후보인 조코위는 1998년 수하르토 정권 몰락 이후 급부상한 신진 정치인이다. 조코위는 흔히 ‘솔로’라고 불리는 자바 중부 도시 수라카르타의 빈민가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에서 임학을 전공했다. 19년 동안 가구 사업가로 일하다 정치에 뛰어들었다. 깡마른 체구의 서민적이고 소탈한 외모, 빈민가에서 태어나 자카르타 주지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경력 때문에 그의 인생을 다룬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빈민가 목수 아들서 자수성가
가구사업가서 시장·주지사 거쳐
투쟁민주당 대선후보로 급성장
소통 달인·친서민 행보 인기몰이
경쟁자는 군 장성 출신 프라보워
과거 ‘민주화운동가 납치’ 비판에
“전국민 보호 위한 행동” 강변
‘신진 대 구태’ 유례없는 대결
인도네시아 정치사 분수령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 소속 프라보워는 저명한 경제학자 출신 관료의 아들로 수하르토 독재정권에서 특전사령관을 지낸 장성 출신이다. 이번 선거에서 수하르토 정권 시절 집권당인 골카르당과 연합하고 있다. 프라보워는 수하르토 정권이 몰락하던 1998년 수도권전략사령관으로 민주화 운동가들을 납치한 사건을 주도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프라보워는 “질문의 의도를 안다. 당신은 인권을 보호하지 않았다고 나를 비난한다. 하지만, 때때로 전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해야 하는 때가 있다. 평가는 우리 상관들이 한다”고 말했다. 당시 사건의 책임을 수하르토 전 대통령에게 돌리려는 의도도 보였다. <자카르타포스트>는 프라보워가 자신을 “인권의 수호자”라고 말할 때 목소리가 매우 커졌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날 토론회가 조코위의 1-0 승리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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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도네시아운동당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가 11일 반다아체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메단·반다아체/AP·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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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의 초점은 인도네시아 정치사에서 유례없는 정치인인 조코위가 기성정치의 벽을 넘어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에 모아진다.
서민 출신이며, 중앙 정계에선 무명에 가까운 인물이었다가 일약 대선 후보로 등장한 조코위를 언론들은 ‘인도네시아의 오바마’로 부른다. 조코위의 등장은 수하르토 세대와의 단절을 상징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조코위 이전까지 인도네시아 유력 정치인은 군 장성 출신이거나 유력 정치 가문 출신이었다. 수하르토나 프라보워 그리고 현 대통령인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는 군 장성 출신이고,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는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의 딸이다.
조코위가 2005년 고향 수라카르타의 시장에 당선됐을 때만 해도, 행정 경험이 없다며 그의 능력을 의심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조코위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방식과 서민 친화적 행보로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당시 수라카르타에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노점상이 돼 공원에 몰려 있었다. 이들이 공원 인근 인도와 차도까지 점령하자, 시민들의 민원이 늘었다. 조코위는 노점상들을 도시 안의 다른 장소로 이동시키기로 했는데,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은 기존 정치인들과 달랐다. 조코위는 노점상 대표들과 50차례에 걸쳐 점심 회의를 열어 계속 그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리고 노점상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공원에서 나가는 대가로 새 수레와 천막, 그리고 한시적 세금 면제 혜택을 제공했다.
조코위는 수라카르타 시장과 자카르타 주지사 시절, 예고 없이 도시 곳곳에 나타나는 ‘블루수칸’(blusukan, 자바어로 즉흥 방문이라는 뜻)을 하면서, 시민·공무원과 직접 대화하곤 했다. 흰 셔츠에 싸구려 신발을 신고 갑자기 나타나는 이런 모습은 그의 대표적인 이미지가 됐다. 그는 평소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보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편이 낫다”, “나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식보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의사결정 방식을 선호한다”고 말해왔다고 <자카르타포스트>는 전했다. 그는 시민들의 의견을 들으며 시의 행정을 바꿔 갔다. 재래시장 시설을 현대화했고, 재래시장 500m 이내에는 대형 쇼핑몰 건축을 금지했다. 자신의 관용차로는 전임자가 사용하던 낡은 차를 쓰다가 나중에는 지역 고등학생들이 제작한 자동차로 바꿨다. 하지만 의료보험 혜택을 모든 시민에게 준다는 정책을 펼쳤지만, 의료기관이 충분히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환자들이 진료를 받으려고 너무 오래 기다리는 문제점 등을 노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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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대선 후보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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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 조코위는 이주노동자 인권 보호, 비도시지역 공공서비스 강화 같은 인권과 삶의 질 향상 정책과 함께 도로 2000㎞ 추가 건설, 10곳씩의 항구와 공항 신규 건설 등 개발 공약을 함께 내걸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9일까지 인도네시아서베이서클(LSI)이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조코위에 대한 지지율은 35.42%로 프라보워(22.75%)를 12.67%포인트 앞서고 있다.
하지만 그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말하긴 이르다. 여론조사에서 조코위가 앞섰지만 부동층이 41.8%나 됐다. 최근 다른 기관들의 여론조사에선 조코위와 프라보워 지지율 차이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거나 아예 역전됐다는 결과도 있다. 조코위는 중국인 후손이고 무슬림이 아니라는 흑색선전이 난무하자 페이스북에 아버지 이름과 종교가 기재된 결혼 증명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조코위 효과’를 기대했던 지난 4월 총선에서 조코위가 속한 인도네시아투쟁민주당은 1위를 했으나 기대에 못미치는 18.95%의 득표로 대선 자동 진출권 획득 자격 요건인 25% 득표에는 실패했다. 결국 다른 정당과 연합해 조코위를 대선 후보로 냈다.
조코위가 집권에 성공해도 기존 거물 정치인들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조코위의 러닝 메이트인 유숩 칼라 부통령 후보는 유도요노 대통령 정부에서 부통령과 골카르당 당수를 지낸 거물이다. 수하르토의 집권과 군부 통치를 지지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유숩 칼라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한 것은 인도네시아투쟁민주당 당수인 메가와티다. <타임>은 메가와티 같은 유력 정치인들이 당을 사유물처럼 다루는 경향이 있으며, 조코위가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용인했기에 가능했다고 짚었다. 메가와티는 조코위를 향해 “내가 당신을 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 하지만 당신은 당의 사상과 정책을 이행해야 하는 당직자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알자지라> 방송은 “블루수칸 같은 조코위의 소탈한 소통 방식은 다른 인도네시아 정치인들이 좀처럼 누려보지 못한 대중적 인기를 끌어냈다. 하지만 조코위는 앞으로 뚜렷한 정책적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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