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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5.29 21:49 수정 : 2014.05.29 22:28

[북-일 납치문제 재조사 합의] 합의 배경과 전망
북, 6자회담·대남관계 악화
일, 한·중 등 주변국과 마찰
‘납치 해결’ 아베 이해와도 맞아

북 합의내용 잘 지킬지 여부
미국 등 주변국 반응이 ‘변수’

29일 북한과 일본이 동시 발표한 양국 국장급 회담 합의의 큰 틀은 북한이 일본인 납치 피해자 등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를 받아들이고, 일본이 그 대가로 독자적으로 취해온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양쪽이 동시에 발표한 문서를 보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현안 문제를 해결하며 국교 정상화를 실현할 의사를 다시 한번 밝혔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등 2002년 이후 중단 상태인 북-일 국교 정상화 회담이 사실상 재개됐다는 의미도 있다. 이번 합의가 잘 지켜진다면 1945년 2차대전 종전 이후 69년 동안 적대관계를 이어온 북-일이 마침내 국교를 재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그동안 이번 스톡홀름 회담에서 납치자 재조사 등에 대한 가시적인 합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주변국들과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북한이라는 외교적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납치 문제 해결을 정권의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아베 정권의 특성도 작용했다. 북한도 6자회담이 핵 포기를 위한 ‘선조처’를 둘러싼 이견으로 재개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남한과의 관계도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욕설을 퍼부을 정도로 악화돼 있는 상황에서 납치 문제 양보를 통해 일본과 관계를 풀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그 때문에 일본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위협 등 정세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서도 대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북-일 관계는 정상화로 나아갈 수 있을까. 변수는 크게 두 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합의 내용을 북한이 잘 이행하는 것이다. 북한은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일본인 납치 피해자와 행방불명자를 포함한 모든 일본인에 대한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조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북한이 시행하는 조사의 수준과 일본이 기대하는 수준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일본이 조사 내용을 건네받은 뒤 검증을 요구할 수 있다. 북한이 여기서 경직된 자세를 보인다면 문제 해결은 더 늦어질 수 있다. 현재 일본에선 북한의 조사 의지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크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이날 아베 신조 총리가 합의 결과를 발표한 뒤 “북한은 2008년 8월 후쿠다 내각 때도 납치 피해자에 대한 재조사에 합의를 했으나 일방적으로 취소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 변수는 미국 등 주변국들의 반응이다.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평양선언을 발표하고 난 직후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 문제를 제기하면서 2차 북핵 위기가 벌어졌다. 당시 고이즈미 총리는 국내적으로는 납치 문제, 국제적으로는 북핵 위기 재발이라는 역풍을 맞았고, 북-일 국교 정상화 회담도 중단되고 만다. 이번 조사를 통해 납치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북핵 문제라는 넘기 힘든 산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이번 회담에 나선 이하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북핵 문제와 미사일 문제 해결 없이 북-일 관계 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전임 부시 행정부와 달리 북-일 대화를 대놓고 훼방 놓진 않겠지만,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일본이 독자적인 경제제재를 푸는 데 불편한 뜻을 밝힐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합의는 북-일 국교 정상화라는 먼 여정의 첫발이라는 의미를 갖는 동시에, 그야말로 첫발이라는 한계도 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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