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5.26 20:02
수정 : 2014.05.26 22:23
모디 인도 새 총리 취임식에
파키스탄 총리 사상 첫 참가
샤리프 ‘군부 예속’ 멍에 벗으려
인도에 적극적인 유화책 펼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새 총리 취임식이 26일 수도 뉴델리의 대통령궁 앞마당에서 열렸다. 이날 취임식에는 파키스탄의 나와즈 샤리프 총리가 참석했는데, 인도와 적대관계인 파키스탄 총리의 참석은 사상 처음이다. 이틀 일정으로 인도를 방문한 샤리프 총리는 27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고 <힌두스탄타임스>는 전했다. 핵무장 국가들인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독립 뒤 네 차례 전쟁을 치렀고, 2008년에는 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단체가 인도 뭄바이에서 테러를 일으켜 180명 이상이 희생되면서 양국 관계는 최근까지 냉랭했다.
샤리프의 이번 취임식 참석은 파키스탄이 인도의 초청을 받아들인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로는 파키스탄 쪽이 더 적극적이었다고 <힌두스탄타임스> 등 인도 언론들이 보도했다. 샤리프 총리는 모디가 속한 인도인민당(BJP)의 총선 승리가 확정되기도 전에 제일 먼저 축하를 보낸 외국 정상이었다.
샤리프 총리의 이번 취임식 참석은 파키스탄 전체의 지지를 받고 있지는 못하다. 모디 총리는 구자라트주 총리 재직 당시인 2002년, 2000여명의 무슬림이 학살된 ‘고드라 사건’ 때 힌두교도들의 무슬림 학살을 조장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힌두 극우주의 성향을 보여왔다.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의 군부는 샤리프 총리의 모디 총리 취임식 참석에 탐탁치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샤리프 총리는 지난해에도 만모한 싱 당시 인도 총리와 유엔 총회에서 만나 양국간 무역 증대를 논의하는 등 인도와 관계 회복에 적극적이다. 뉴델리 시브나다르 대학의 싯다르트 바라다라잔 교수는 “두 정상 모두 속박을 벗어던지길 원한다. 모디는 자신이 힌두트바(힌두 민족주의)의 포로가 아니라는 사실을, 샤리프는 자신이 군부에 예속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모디 총리가 총선에서 인도인민당 단독으로 과반이 넘는 282석을 얻는 대승을 이끌면서 탄탄한 지도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오히려 파키스탄과의 관계 회복에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그가 인도 우파들의 공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디-샤리프의 화해 노력이 의미있는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샤리프 총리는 이번이 세번째 총리 재임인데, 두번째 임기 때인 1999년 인도인민당 소속인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총리와 핵무기 개발경쟁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라호르 선언’을 채택해 양국간 관계 개선 분위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몇달 뒤 양국은 카슈미르의 카르길 지역에서 전쟁을 벌였고, 샤리프 총리도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대통령의 쿠데타로 실각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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