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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5.21 22:15 수정 : 2014.05.22 09:07

인구 3900명 오키나와현 다케토미초
‘새역모’ 계열 사회 교과서 반대 투쟁
3년 싸움 끝에 교과서 선정권 얻어

일본 오키나와현 다케토미초가 극우 교과서를 거부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됐다. 일본 최서단에 자리한 인구 3900명의 외딴섬 마을이 3년에 걸친 중앙정부와의 대결에서 최종 승리한 것이다.

오키나와현 교육위원회는 21일 위원회 소속 교과서 채택지구인 ‘야에야마 지구’가 지정한 보수 성향 중학교 공민(사회)교과서를 거부하며 독자적으로 채택한 교과서를 사용해 온 다케토미초를 기존 교과서 채택지구에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다케토미초 산하 학교들은 독자적으로 교과서를 선정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은 학교별로 교과서를 선정하는 한국과 달리 몇개의 지자체가 모여 교과서 채택지구를 구성하고 이곳에서 택한 교과서를 해당 지역의 학교가 일률적으로 선정해 사용한다.

2013년 9월 일본 도쿄 분쿄구민센터에서 역사 교과서 운동단체 회원들이 진보 성향 역사 교과서 채택을 가로막은 도쿄도 교육위원회의 결정을 비판하고, 아베 정권의 교과서 개입 움직임에 대응할 방안을 모색하는 모임을 열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다케토미초의 투쟁이 시작된 것은 마을이 속한 야에야마 교과서 채택지구가 2011년 8월 이듬해부터 4년간 쓰일 중학교 공민교과서로 극우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계열의 이쿠호사 교과서를 쓰기로 결정하면서다. 다케토미초는 이 교과서가 오키나와 미군기지 문제나 오키나와 주민들의 집단자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이 문제를 비교적 상세히 다루고 있는 도쿄서적 교과서를 채택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다케토미는 같은 채택지구에 포함된 이시가키나 요나구니와 달리 지난 오키나와 전쟁에서 3000여명의 주민이 희생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이에 대해 아베 정권은 다케토미초의 결정이 위법이라며 무상으로 지급되는 교과서를 다케토미초에는 지급하지 않았고, 지난 3월에는 문부과학성이 직접 마을에 시정을 요구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된 것은 지난달 ‘교과서 무상조처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부터다. 이 법에는 교과서를 선택하는 채택지구의 구성단위를 기존 시·군에서 시·정·촌(기초자치단체)으로 세분화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조항을 이용해 다케토미초는 야에야마 지구에서 독립하기로 결정을 내렸고, 이날 오키나와 교육위원회가 이를 승인했다. 자신들이 원하는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는 긴 싸움에서 주민들이 승리한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오키나와현 교육위원회의) 판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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