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5.21 21:07
수정 : 2014.05.22 00:09
“아시아 신뢰회의를 안보협의체로
미국과의 동맹은 지역 도움 안돼”
중-러 가스협상 10여년만에 타결
러, 30년간 매년 380억㎥ 중 공급
미국·서방 견제를 공통분모로 밀월관계를 맺어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21일 10여년을 끌어온 천연가스 공급 협상을 타결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를 아시아 지역의 안보협력기구로 만들자고 공식 제안했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정면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레르 회장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의 저우지핑 회장은 이날 중국 상하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러시아가 중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내용을 담은 계약서와 양해각서(MOU) 등 2가지 문건에 공동서명했다. 밀레르 회장은 “가스프롬으로선 어떤 다른 나라와도 맺은 바 없는 사상 최대 계약”이라고 말했다.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중국은 2018년부터 30년 동안 러시아로부터 매년 38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지난해 중국 천연가스 소비량의 23%, 가스프롬 수출량의 16%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양쪽은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공급가격은 “기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유럽에 1000㎥당 380달러가량에 천연가스를 수출하고 있는데 대중국 수출 단가는 이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통해 러시아 시베리아의 천연가스를 중국 해안도시에 공급하기로 했다.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것은 전략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셰일가스 개발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날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유럽에 치우친 천연가스 판로를 다변화하는 것이 시급했다. 중국으로서는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을 해소하고 석탄 연료로 인한 대기오염 문제 개선도 꾀할 수 있게 됐다.
또 시 주석은 이날 상하이 엑스포센터에서 열린 제4차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 기조연설에서 “아시아신뢰회의를 전체 아시아의 안보대화협력 무대로 만들어 이를 토대로 지역의 안보협력을 위한 새로운 기구를 건립하자”고 밝혔다. 시 주석은 “아시아의 일과 문제는 아시아인들이 직접 처리해야 하며 아시아의 안보 역시 아시아인들이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구체적으로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 사무국 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방관련 협의조직과 조치이행에 관한 감독그룹을 구성하자”고 제안한 뒤 반테러, 경제무역, 관광, 환경보호, 인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심화시켜 나가자“고 강조했다. 그는 “몸은 21세기에 있으면서 머리는 냉전적 사고와 제로섬 게임의 구시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제3자를 겨냥한 군사동맹 강화는 지역의 공통안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국과의 동맹을 중심으로 한 기존 아시아 안보체제에 대한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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