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5.16 19:07
수정 : 2014.05.17 11:13
하원 543석 중 337석 야당 차지
“인도인민당 30년만 단독정부 가능”
힌두 우파 외 중산층·농민도 흡수
나렌드라 모디 차기 총리 유력
파키스탄·국내 무슬림과 갈등 우려
힌두 민족주의를 내건 보수정당인 인도인민당(BJP)이 인도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인도인민당 단독으로도 과반 의석을 넘겨 30년 만에 처음으로 특정 정당이 단독 정부를 구성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16일 개표 결과 인도인민당이 주도하는 정당연합인 전국민주연합(NDA)이 전체 하원 543석 중 과반을 훌쩍 넘기는 337석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60년 넘게 인도 정치를 주도해온 네루-간디 가문의 국민회의가 이끄는 통일진보연합(UPA)은 의석이 58석으로 줄어드는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인도인민당 단독으로도 과반인 272석을 넘는 283석을 차지했다. 특정 정당 단독으로 과반을 넘긴 것은 1984년 총선 뒤 처음이다.
총리에 오를 예정인 인도인민당의 나렌드라 모디는 이날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승리 선언을 했다. 국민회의 총재인 소냐 간디와 그의 아들인 부총재 라훌 간디는 패배를 인정하며 “책임을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뉴델리의 인도인민당 본부 주변에서는 오전부터 지지자들이 폭죽을 터뜨리고 노래를 불렀다. 총선은 4월7일부터 5월12일까지 한달 넘게 진행됐다.
인도인민당은 힌두교 중심의 힌두 민족주의를 내건 정당으로, 파키스탄 및 인도 내부 무슬림과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인도인민당은 무슬림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인 카슈미르주의 자치를 폐기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인도인민당은 1998년 총선에서 승리해 2004년까지 집권한 적이 있는데, 1998년 다섯차례 핵실험을 했고 1999년 카슈미르에서 파키스탄과 ‘카르길 전쟁’을 치렀다.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의 아요디아 지역에 힌두신인 비슈누의 화신인 라마신을 숭배하는 사원 건설도 공약했다. 이 지역에는 무굴제국 때 세워진 이슬람사원도 있어, 힌두교도와 무슬림과의 충돌로 1992년 2000명이 숨지는 살육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모디는 구자라트주 총리로 재직하던 2002년, 이 지역에서 무슬림 2000여명이 숨진 ‘고드라 사건’ 때 힌두교도의 무슬림 학살을 조장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인도인민당이 압도적 승리를 거둔 이유는 힌두 우파들의 지지 외에도 국민회의가 이끄는 현 정부에서 경기침체에 실망한 도시 중산층과 전통적으로 국민회의 지지층이던 농민들 일부의 지지까지 끌어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0년만 하더라도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10.3%에 이르렀으나 2011년 6.6%로 떨어진 뒤 2012년엔 4.7%, 지난해 4.4%로 추락했다. 여기에 모디가 2001년부터 구자라트주 총리를 지내면서 이룬 구자라트주 경제성과를 바탕으로 인기몰이를 하면서 판세가 기울었다. 모디는 선거운동 기간에 힌두 극우주의자라는 이미지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유능하고 청렴한 최고경영자(CEO) 이미지를 강조해왔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에 “나의 유일한 종교는 (경제)개발”이라고 강조해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런던 킹스칼리지에서 인도학을 연구하는 크리스토프 자프렐로는 <아에프페> 통신에 “모디는 경제부문에서 성공해야만 한다. 만약 모디가 경제 재건에 실패한다면 힌두트바(힌두 민족주의) 항목이 플랜 비(B)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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