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5.15 19:44
수정 : 2014.05.15 21:05
중부로 번져 하띤성서 첫 사망자
대만, 전세기로 노동자 철수 유도
남부 동나이성 한국업체 54곳 피해
NYT “민족주의에 공격성 더해져”
임금 등 내부 불만 폭발로 번질수도
베트남 반중 시위대의 외국계 공장 공격이 사흘째 계속되면서 중국인 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번 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대만 기업인 포모사 플라스틱그룹은 15일 성명을 통해 “14일 밤 베트남 중부 하띤성에 있는 우리 회사의 철강공장 건설현장에 반중 시위대가 난입해 중국인 노동자 등을 공격했다”며 “중국인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에이피>(AP) 통신은 반중 시위대 1000여명이 공장을 습격했으며, 17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로이터> 통신은 하띤성 현지 의사의 말을 인용해 “베트남 노동자 5명과 중국인으로 보이는 노동자 16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하띤성에서 중국인 10명이 행방불명 상태”라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 화춘잉 대변인은 15일 중국인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대해 “중국은 경악했다”며 이번 행위로 인한 관련 손실을 베트남 측은 엄중하게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모사 그룹은 베트남에 최대 규모의 투자를 한 외국 기업으로 하띤성에 철강공장과 발전소, 항구를 짓고 있다. 이 철강공장은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다. 공사에는 한국의 포스코와 삼성물산도 수주를 받아 건설에 참여하고 있어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한국인도 100명이 넘는다.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아직까지 보고된 한국인 부상자는 없다”고 말했다. 대만 경제부 장관은 “베트남 정부에 배상을 요구할 것”이며, 포모사 그룹도 “베트남 추가 투자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대만은 베트남 왕복 정기운항편 외에도 전세기 2대를 추가 투입해 자국민 철수를 돕고 있다고 <대만중앙통신>은 밝혔다. 중국인들은 항공뿐만 아니라 육로로도 베트남 탈출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은 캄보디아 경찰 대변인의 말을 따 “중국인 600명이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로 넘어왔다. 일부는 수도 프놈펜 호텔에 있으며, 약 100명은 국경지대인 바벳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이달 초 베트남과 영유권을 다투고 있는 남중국해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 베트남명 호앙사 군도) 인근 해역에서 석유 시추에 나서면서 촉발된 반중 시위는 13일 밤부터 외국계 공장을 겨냥한 약탈과 방화로 번졌다. 베트남 계획·개발부 장관은 “이번 시위로 공장 400곳이 피해를 입었으며 베트남 63개 지역 중 23개 지역에서 노동자 시위가 발생했다”며 “지난 20년 동안 쌓아온 투자 이미지가 악화됐다”고 말했다. 베트남 시위대의 공격 대상도 중국 업체뿐만 아니라 대만과 한국 그리고 싱가포르 업체를 망라했다. 빈즈엉성의 한국 기업 관계자는 “태극기를 내걸어도 시위대가 찢어버리는 경우가 있는 등 중국 업체든 아니든 가리지 않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그동안 쌓여온 베트남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불만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폭발했기 때문에 중국과 다른 나라 기업을 가리지 않고 공격에 나서는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베트남 당국은 민족주의 감정으로 촉발된 이번 시위를 처음에는 어느 정도 용인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경제적 타격이 우려되면서 진압에 나서고 있다. 15일 빈즈엉 지역에서만 약 600명이 체포됐다. 호찌민 주재 한국영사관 관계자는 “빈즈엉성과 동나이성에서 한국 기업 54곳이 피해를 당했으며, 현재 빈즈엉에는 군경이 배치돼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013년 기준으로 베트남이 전체 수입 중 28%를 중국에서 들여오는 등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다고 짚었다. 대만은 투자국 가운데 4위다.
조기원 기자,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garden@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