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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5.14 16:53 수정 : 2014.05.14 23:05

최대 300~400명 매몰 추정
구조당국 정확한 인원 파악 못해
무리한 민영화뒤 비용 절감 추진
정부·기업 안전무시 경영이 원인
야당 안전점검 요구도 여당 묵살

터키 서부 탄광에서 13일 배전장치 폭발 뒤 불이 나면서 지하 갱도와 채굴 현장에 광부 수백명이 갇혀 230명 이상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사고는 오후 2시30분께 터키 서부 마니사주에 있는 광업도시 소마의 한 민영 탄광에서 일어났다. 탄광은 지하 400m에 갱도가 4㎞가량 길게 이어져 있는 구조로, 사고 뒤 내부가 화염과 연기로 가득 차면서 희생자 대부분이 일산화탄소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비시>(BBC)가 전했다. 연기와 불꽃으로 접근이 쉽지 않은 갱내에는 최대 300~400명 이상이 갇혀 있을 수 있다는 추정이 나와 터키 역사상 최악의 탄광 사고가 될 것이란 불길한 예고가 나온다.

현지 언론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의 정부가 에너지 분야 민영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익극대화와 비용절감만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노동자 안전을 희생시키고, 노조 등이 오래도록 문제제기를 했는데도 정부가 안전감독을 소홀히 한 점을 주요한 사고 원인으로 꼽았다. 참사 예고등이 일찌감치 켜졌는데도 정부와 해당 기업이 ‘안전불감증’으로 이를 무시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세월호’ 참사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에르도안 총리는 사고 뒤인 14일 소마 탄광을 찾아 “사망자가 적어도 238명에 이른다”고 밝혔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탄광 방문에 앞서 3일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터키 구조당국은 사고 시점에 탄광 안에 있던 인원이 787명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탄광에 몇명이나 갇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구조당국은 애초 200~300명이라고 했지만, 사고 순간이 마침 작업 교대시간이어서 300~400명 이상이 갇혔다는 주장도 나온다. 폭발 직후 정전이 일어나면서 수직 갱도를 오르내리는 승강기 작동도 멈춘 탓에 채굴 현장의 광부들 상당수는 탈출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접근이 어렵자, 구조당국은 탄광 내부로 산소 공급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구조대원들 사이에서 “희망이 없다”는 탄식이 나온다.

13일 대형 탄광 폭발사고가 벌어진 터키 서부 광업도시 소마에서 14일 구조팀이 사망한 광부의 주검을 탄광 밖으로 옮기고 있다. 소마/EPA 연합뉴스
정부와 민간업체의 안전불감증이 빚은 이번 참사로 전국적인 분노가 일고 있다고 터키 유력 일간지 <휘리예트>의 영어 자매지인 <휘리예트 데일리 뉴스>가 14일 전했다. 민영화된 탄광 현장의 안전 무시, 다단계 하청 구조에서 비롯한 노동자들의 권리 약화, 정부 당국의 안전감독 태만 등이 참사를 불렀다는 것이다. 현재 구조작업을 지휘하는 타네르 이을드즈 에너지장관은 9개월 전에 이번 사고가 터진 업체의 탄광 갱도를 방문해 안전 수준이 높다고 칭찬했고, 두달 전 안전점검에서도 아무 지적사항을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 업체 소유주는 2012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하청업체 직원들을 더 낮은 임금에 고용해 더 많은 일을 시키고, 값비싼 전압기를 수입하는 대신에 자체 생산하는 방식 등으로 탄광 민영화 이전에 t당 130달러가 들던 비용을 t당 24달러로 낮췄다”고 자랑했다. 이에 더해 터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은 2주 전에 소마지역 탄광의 안전 문제와 관련해 의회 조사를 제안했으나 집권당인 정의개발당이 이를 거부했다. 진보노조 연맹 위원장인 카니 베코는 <휘리예트 데일리 뉴스>에 “사고가 난 탄광에는 2단계, 3단계 하청업체들이 있었으며, 이번 사고는 학살이다”라고 말했다.

터키는 1992년 흑해 연안 종굴다크에서 메탄가스 폭발로 263명의 광부가 목숨을 잃은 데 이어 최근에도 크고 작은 탄광 사고가 잦았지만, 정부는 무심했다. 2010년 종굴다크의 또다른 탄광 사고로 광부 30명이 숨졌을 때 에르도안 정부 주요 인사들의 망언은 안전불감증의 극치를 보여준다. 당시 한 장관은 “초기 사망자 19명은 화상 자국이 없이 ‘아름답게’ 숨졌다”고 말하고, 에르도안 총리 자신도 “(죽음은) 이런 직종의 운명”이란 발언을 해서 유족과 여론의 반발을 샀다.

하지만 최근 잇단 비리·축재 스캔들 폭로로 위기를 겪고 있는 에르도안 총리는 이번 참사가 터지자 알바니아 방문 일정을 즉각 취소하고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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