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5.13 20:17
수정 : 2014.05.13 22:33
인도 총선 출구조사 야당 압승
사회보장 정책에도 다수 빈곤 허덕
민심 밑바닥 ‘바꿔보자’ 작용
국민회의 참패…57석 득표 조사도
유권자 8억 투표율 66%…역대최고
모디 ‘인도인민당’ 과반 집권 유력
1947년 독립 이후 인도 정치사 대부분을 지배해온 네루-간디 가문의 몰락인가? 13일 인도 총선 출구조사 결과 네루-간디 가문의 국민회의가 참패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조사기관 6곳의 출구조사에서 국민회의가 주도한 정당 연합인 통일진보연합(UPA)은 하원 전체 543석 중 70~135석밖에 얻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회의 단독으로는 57석밖에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조사도 있다. 국민회의가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전했다.
반면 차기 총리로 유력한 나렌드라 모디가 이끄는 인도인민당(BJP)이 주도하는 정당 연합인 전국민주연합(NDA)은 257~340석을 차지하리라는 출구조사가 나왔다. 이 조사가 맞다면 과반인 272석을 넘겨 집권이 유력하다. 인도 총선은 유권자가 8억1400만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선거여서 출구조사가 부정확하다는 악명이 높다. 16일 최종 개표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국민회의의 패배가 뒤집히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네루-간디 가문은 인도를 대표하는 정치 가문이다. 자와할랄 네루가 초대 총리로 집권한 이후 딸인 인디라 간디와 손자인 라지브 간디도 총리를 지냈다. 라지브의 아내 소냐 간디는 외국(이탈리아)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본인이 총리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국민회의 당수로 2004년과 2009년 총선 승리를 이끌었다. 소냐의 아들이자 네루의 증손자인 라훌 간디는 현재 국민회의 부총재이며 ‘황태자’로 불린다.
네루는 절대 빈곤층을 구제하기 위한 사회보장 정책 도입과 확대, 법적으로 카스트 제도 폐지 등의 정책을 추진했는데, 이는 현대 인도의 원형을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른바 ‘네루식 사회주의’는 지금도 네루-간디 가문이 이끄는 국민회의의 정책에 남아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소냐 간디가 총리는 아니지만 재무장관을 직접 지명해, 빈곤층 식량 지원, 비도시인들의 고용 지원 같은 정책들을 추진한 숨은 힘이었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왜 네루-간디 가문을 외면했을까? 성장률 저하와 치솟는 물가 그리고 부패에 대한 불만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인도 성장률은 2010년 10.5%에서 2012년 3.2%로 추락했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0년 12%, 2012년 9.3% 등 고공행진중이다. 보석 사업 등을 했던 소냐 간디의 사위가 축적한 부동산 가치가 4억2000만달러에 이른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 등 부패 스캔들도 민심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네루-간디 가문이 세습해온 ‘권력의 역사’ 자체도 이젠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도인민당 간부들은 선거 기간 동안 “우리는 신하가 아니다”며 네루-간디 가문을 공격했다. 사회보장 정책은 시행되지만, 국민 다수가 여전히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점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66.4%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 ‘바꿔보자’는 민심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뿌리 깊은 가문의 영향력은 쇠락하고 있지만, 이번 총선 패배를 계기로 완전히 몰락할 것으로 평가하기는 이르다. 인도 하원의원 중 3분의 1이 유력한 정치 가문 출신일 만큼, 인도에서 가문의 영향력은 크다. 모디와 인도인민당은 구자라트주의 경제 성과를 앞세워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위험도 있다. 모디가 취업률 상승, 높은 성장률 달성 같은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지 않으면 유권자들은 빨리 실망할 수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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