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5.07 21:59
수정 : 2014.05.07 21:59
베트남 함정·중국 선박 충돌
필리핀은 중국어선 1척 나포
영유권 분쟁지역에 긴장고조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잇따라 충돌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베트남 정부 관리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7일 베트남 해군 함정과 연안경비대 소속 초계함들이 중국 석유시추설비가 위치한 남중국해 파라셀군도(베트남명 호앙사군도, 중국명 시사군도) 해역에서 중국 선박들과 충돌했다”고 보도했다. 베트남 쪽은 “충돌 과정에서 실탄이 발사되거나 부상자가 생기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들은 “베트남 함정들이 무력시위를 통해 중국 쪽이 시추장비를 고정시키는 작업을 저지하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 소식통은 “충돌 해역에 베트남 함정들이 29척이나 있었다. 이는 중국 호위함들보다 훨씬 많은 수였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 해사국은 지난 3일 “시사군도에서 시추장비(HD981)가 2일부터 8월15일까지 작업을 벌일 것”이라며 주변 해역에 외국 선박이 진입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베트남 외무부는 5일 “중국의 석유시추작업이 베트남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불법이자 무효”라고 반발했다. 6일엔 팜빈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과의 통화에서 “베트남은 합법적 국익을 지키는 데 모든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1974년 1월 베트남이 지배하던 파라셀군도를 장악한 뒤 영유권을 주장하며 이를 인정하지 않는 베트남과 갈등을 빚고 있다.
중국과 필리핀도 어선 나포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필리핀 경찰이 남중국해 난사반월초(필리핀명 하프 문 암초) 부근에서 조업하던 중국 어선 한 척을 붙잡아 서부 팔라완주에 정박시켰다고 7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반월초를 포함한 난사군도와 부근 해역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없는 주권을 갖고 있다. 필리핀은 즉각 어민과 어선을 석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중국 <신화통신>은 “6일 오전 10시께 남중국해에서 조업하던 중국 어선 충충하이 09063호가 정체불명 무장 선박의 위협을 받은 뒤 실종됐다”며 “이 배엔 11명의 선원이 타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충돌은 지난달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에서 일본, 필리핀 등과 동맹 강화 의지를 밝히며 중국 견제에 나선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필리핀은 오바마 대통령 방문 때 미군이 자국내 군사기지를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방위협정을 맺었다. 필리핀군과 미군은 5일부터 일주일 동안 필리핀 북부 루손섬 등지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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