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4.22 20:14
수정 : 2014.04.23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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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지난 18일 에베레스트산 눈사태로 숨진 한 셰르파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동안 조문객이 셰르파의 사진 앞에 꽃을 놓고 있다. 카트만두/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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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눈사태로 16명 사망·실종
정부 쥐꼬리 보상에 분노 커져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서 등반 안내 전문가인 ‘셰르파’ 10여명이 숨지는 사상 최악의 눈사태 사고가 발생한 뒤, 셰르파들이 네팔 정부의 희생자 홀대에 반발해 파업에 나섰다. 네팔 정부는 등산 시즌 운영에 비상이 걸리자 뒤늦게 셰르파들과 합의에 나섰다.
22일 <에이피>(AP) 통신은 “네팔 관광부가 등반 사고에서 다치거나 숨지는 셰르파를 위한 구호 기금을 설립하는 데 동의했다”며 “셰르파들이 등반 보이콧을 위협한 뒤에 이러한 발표가 나왔다”고 전했다. 네팔 정부가 셰르파의 주요 요구사항들에 부분적으로라도 동의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에이피>는 짚었다. 셰르파 쪽은 이에 대해 아직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앞서 에베레스트산 정상 등반로 남동쪽 루트에 있는 쿰부 얼음폭포(해발 5800m)에서는 지난 18일 눈사태가 일어나 셰르파 13명이 숨지고 3명이 실종됐다. 네팔 정부는 실종된 3명도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 지역에 위험 요소가 많아 수색을 중단했다. 셰르파들은 고객들의 정상(8848m) 등반을 위해 알루미늄 다리 등을 설치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셰르파는 원래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사는 소수민족의 이름으로 인구는 15만명 정도로 추정되며 상당수가 에베레스트 등반객 안내 일을 하고 있다. 성이 셰르파인 경우도 많다.
하지만 네팔 정부가 사고 뒤 희생자 가족한테 제시한 사망 보상금 415달러는 장례 비용이나 간신히 충당할 정도여서 셰르파들의 공분을 샀다. 이에 따라 셰르파 300여명은 네팔 정부에 처우 개선에 대한 13개 요구를 전달한 뒤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파업을 선언했다. 이들은 숨진 셰르파에 대한 사망 보상금을 현재 415달러에서 1만400달러로 올리고 사망 보험금도 현재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인상할 것 등을 요구했다. 22일 오후에는 셰르파들이 내부 회의를 거쳐 이번 등산 시즌 전면 파업까지 선언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에베레스트 등반객 안내는 등반객들의 짐을 대신 지고 베이스캠프까지 20번 이상 왕복하는 등 고되고 큰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한 계절에 등반객을 안내하고 버는 돈이 5000달러가량으로 네팔 1인당 국민소득 750달러의 몇 배에 해당해 일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
1953년 뉴질랜드 산악인 에드먼드 힐러리와 셰르파 텐징 노르가이가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이후, 에베레스트 등반대는 꾸준히 늘어 현재는 산업 수준으로 번창했다. 1990년대부터는 일반인들도 돈을 내고 셰르파와 전문 산악인들의 도움을 받아 정상에 오르는 이른바 ‘상업 등반’이 활성화됐다. 네팔 정부도 초기에는 에베레스트 입산을 엄격히 제한했지만 막대한 관광수입 때문에 입산 제한을 계속 완화하고 있다. 네팔 정부는 에베레스트 정상 등반을 위해 입국하는 이들에게 입장료 등으로 1인당 1만~2만5000달러가량을 받는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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