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3.25 14:04
수정 : 2014.03.25 21:24
여객기 실종 16일만에 결론
추락 추정장소 오차범위 커
블랙박스 수거 난항 겪을 듯
기상악화로 수색작업 중단
사고원인 규명도 진전없어
말레이시아 정부가 24일 “말레이시아항공 실종기는 인도양 남부에 추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8일 MH370기가 승객과 승무원 239명을 태우고 실종된 지 16일 만에 ‘실종기는 추락했고 생존자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잔해와 블랙박스 수거, 사고원인 규명 등 풀어야 할 난제들은 그대로여서, 결국 남은 건 ‘거대한 물음표’뿐이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실종기가 인도양 남부에 추락했다고 발표했는데, 영국 항공사고 조사국(AAIB) 조사관들이 자국 인공위성 인마르샛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가 근거다. 하지만 인마르샛 추정항로의 오차범위가 ±160㎞ 정도나 된다. 기존 수색 범위를 좁히는 효과가 있기는 하나, 여전히 추락 예상 범위가 너무 넓다.
‘세기의 미스터리’를 풀려면 일단 블랙박스 수거가 시급하다. <워싱턴포스트>를 보면, 블랙박스 신호음을 내보내는 배터리의 지속시간은 보통 30일이며, 전문가들은 최대 35일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17일이 지났기 때문에 블랙박스 수거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지난 2009년 추락한 에어프랑스 여객기처럼 블랙박스 수거에만 2년 이상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미국 국방부는 24일 자율무인잠수정 ‘블루핀-21’과 블랙박스 위치 탐사장치 ‘토우드 핑어 로케이터’를 오스트레일리아 퍼스에 파견해 실종기 수색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블루핀-21과 토우드 핑어 로케이터는 각각 수심 4500m와 6000m 깊이까지 블랙박스를 추적할 수 있다. 하지만 인도양의 수심이 최고 7010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수거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라작 총리의 발표에 앞서 이날 오스트레일리아(호주) 공군은 실종기 잔해로 추정되는 물체 두 개를 발견했다. 원형의 녹회색 물체와 주황색 직사각형 물체인데, 아직 실종기 잔해인지 여부는 판명되지 않았다. 이보다 앞서 중국 군용기가 발견한 부유 물체들과 실종기의 연관성도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다국적 수색팀은 추락 예상 지점을 중심으로 다시 지난한 수색 작업을 벌여야 한다. 마크 빈스킨 호주 국방부 부장관은 25일 “우리는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고 있는 게 아니다. 여전히 건초가 어디에 있는지부터 찾고 있다”며 수색의 어려움을 내비쳤다. 게다가 25일 인도양 일대의 강풍과 높은 파고 등 기상 악화로 현재 수색작업은 중단된 상태다.
수사당국은 블랙박스와 잔해 수색은 물론 누가, 왜 비행기를 목적지(베이징) 반대 방향으로 끌고 갔느냐를 규명해야 한다. 조종석에 있던 송수신장치와 보조레이더가 고의로 꺼진 것으로 미뤄, 전문적인 항공 지식이 있는 누군가가 통신시스템을 끈 채 인도양으로 비행기를 몰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기장과 부기장은 물론, 어떤 탑승객에게서도 실종기 납치나 테러에 연루된 단서나 범행 동기는 발견되지 않았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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