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4.03.23 14:48 수정 : 2014.03.23 14:48

발각 두려워 인도네시아서 주민 매수
종전 후 ‘B·C급 전범’으로 분류돼 징역 12년 ‘솜방망이’ 처벌

“(발각될까)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위안소 사건이었다.”

“(일본 현지군의) 군수부 등과 강경하게 담판을 해 약 70만엔을 받아 각 촌장들을 통해 주민들에 대한 공작에 사용했다.”

태평양전쟁 패전 직후 인도네시아에 남겨진 일본군 부대가 현지에서 운영했던 위안소의 실체를 감추기 위해 돈으로 주민들을 매수했다는 옛 해군 하사관의 증언이 1962년대 일본 법무성의 조사 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조선인 여성들이 일본군에 의해 위안부로 강제로 동원됐음을 보여주는 증언은 아니지만 당시 일본군이 현지 여성들을 강제로 동원했으며, 이를 심각한 전쟁 범죄로 인식했고, 이를 감추기 위해 돈으로 주민들의 입을 막았음을 보여주는 매우 귀중한 증언으로 판단된다.

<도쿄신문>은 23일 하야시 히로후미 간토가쿠인대 교수(일본 근현대사)가 일본 국립공문서관에서 찾아낸 1962년 8월 일본 법무성의 조사 자료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일본 법무성 조사에서 이 같은 증언을 남긴 이는 패전 당시 인도네시아에 배치돼 있던 옛 일본 해군 조장(상사)으로 확인된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일본군이 현지인들을 위안부로 강제 동원한 실태에 대해 “(군이 위안부로) 현지인 등 약 70명을 데려왔다” “그밖에도 약 200명을 부대의 명령으로 데려왔다” 등의 증언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강제 연행 혐의에 대해선 처벌받지 않는다. 처벌을 두려워 한 그가 군 당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금을 사용해 주민들을 회유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과정에 대해 “군수부와 강경하게 담판해 약 70만엔을 받아 각 촌장을 통해 주민들에 대한 회유 공작에 사용했다. 이 작업이 주효한 것으로 보여 (위안소 관련 문제에 대해선) 한 건도 소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1947년 8월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 바타비야(현 자카르타)에서 진행한 B·C급 전범 재판에서 주민에 대한 폭행 등의 혐의로 징역 12년의 판결을 받는 데 그쳤다. 그는 이에 대해 “기소된 10여건의 사건은 모두 주민들을 때리고나 발로 차는 등의 사건뿐이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일본군이 인도네시아에서 저지른 위안부 강제 동원 사건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으로는 자바섬 스라망주 수용소에 갇힌 네덜란드 국적 여성 35명을 위안소로 강제 연행한 사건(B·C급 전범 바타비아 재판 제106번 사건-일본군 패전 이후 인도네시아에 복귀한 네덜란드 당국이 주도한 전범 재판)이 있다. 이 사건에 관계한 옛 일본군 중장과 소좌(소령) 등 장교 5명과 민간인 4명이 강간죄 등으로 기소돼 사형 등의 처벌을 받았다.

일본 우익들은 이 사건에 대해 “강제 동원 사실이 밝혀진 뒤 일본군이 관련 시설의 폐쇄를 명령했다. 이는 매우 예외적인 사례였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발굴된 새로운 증언을 통해 일본군이 현지 여성들을 강제 동원한 사례가 상당히 있었으며, 패전 뒤 주민들의 입을 막기 위해 돈을 뿌려가며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러나 이 증언에 대해서도 일본 우익들은 당시 법적으로 일본 국민이었던 “조선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 동원은 없었다”는 식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처음엔 ‘위안소가 없었다’고 주장하다, 군이 위안소 개설·운영 과정에 직접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나오자 ‘강제 동원은 없었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그러다 최근 점령지였던 동남아시아에서 이를 증명하는 자료들이 계속 드러나자 ‘조선인을 대상으로 한 강제 동원은 없었다’는 식으로 책임을 피해가고 있다.

이 자료에 대해 일본 법무성 관계자는 “이미 자료를 국립공문서관에 이관했기 때문에 확인을 할 수 없다. 책임 있는 답변을 할 수 없다(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하야시 교수는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노 담화가 인정한 군의 관여를 증명하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밝혔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