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3.16 15:55
수정 : 2014.03.17 08:19
말레이 총리 “교신두절 의도적”
2개 통신장치 시간차 두고 꺼져
지난 8일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MH 370)의 기내 통신장비 스위치를 누군가 의도적으로 끈 것으로 드러나 납치 가능성이 급부상하는 가운데 수사가 일차적으로 조종사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또 실종 여객기가 이륙한 지 7시간여가 지난 시점에 마지막 신호음이 위성에 잡힌 것으로 확인돼, 수색 범위도 큰 폭으로 넓어지게 됐다.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밝히고, “실종 여객기 관련 조사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금부터는 형사사건으로 여기고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총리의 회견이 끝난 직후 말레이시아 경찰이 실종기 기장인 자하리에 아맛 샤(53)의 쿠알라룸푸르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승객과 승무원 등 탑승자 전원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시엔엔>(CNN)은 미국 관리 말을 따서 “미국 정보당국은 실종기 조종석에 있던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이론에 기울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시나리오를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일단 조종사들에 대한 조사가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당국 발표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실종기가 말레이시아 동해 상공에 진입한 직후 기내 컴퓨터와 지상 관제소 컴퓨터를 연결해주는 통신장비의 스위치가 꺼졌다. 이어 실종기가 기수를 서쪽으로 튼 것으로 보이며,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의 항공관제 관할권 경계지역에 진입한 뒤엔 항공기 식별신호 발신장치도 꺼졌다. 이륙 뒤 40분 남짓 동안 벌어진 일이다. 나집 총리는 “실종기에 타고 있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한 짓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말레이시아 항공당국 관계자의 말을 따 “비행 경험이 있는 1명 이상의 탑승자가 여객기를 납치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납치가 맞다 해도 조종사나 승무원이 연루돼 있는지, 탑승객 가운데 누군가가 범행을 한 것인지는 어떤 결론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실종기가 연락 두절 상태로 6시간 이상 비행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나집 총리는 “이륙(0시40분) 뒤 7시간 넘게 흐른 사건 당일 아침 8시11분께 위성이 실종기의 마지막 신호음을 수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쪽으로는 카자흐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국경까지, 남쪽으로는 인도네시아에서 인도양 남부까지 수색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남중국해와 안다만해 일대에서 진행됐던 수색작업은 중단됐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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