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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2.06 20:26 수정 : 2014.02.0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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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쏙] 타이, 13년간 정치소요의 내막

문제는 민주화 대중운동이 아니다. 복고화 대중운동이 자리 잡았다.

2001년 탁신 친나왓이라는 신흥 정치인의 출현 이후 타이가 13년 동안 끊임없는 정치소요에 시달리고 있다. 이 사태는 전후 개발도상국의 사회변혁과 정치 발전의 문법을 다시 쓰고 있다. 대중들의 민주화 운동 대 군부 등 국가기구를 동원한 기득권 세력의 대응이라는 구도가 무너졌다. 도시 중상류층이 합류한 기존 체제 세력이 대중운동으로 나섰다. 부패와 포퓰리즘에 반대한다는 명분을 높이 든 복고화 대중운동이다. 그래서, 어느 쪽이 선과 악인지, 정의와 불의인지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서로를 ‘부패 포퓰리즘 세력’과 ‘왕당 복고파’라 비난하는 신세력과 구세력의 명운을 건 대결이다.

13년간 진행된 타이의 정치 소요의 여러 쟁점을 문답 형식으로 짚어봤다.

-지난 연말 이후 재현된 타이의 반정부 시위 사태에는 많은 대중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민주화 시위 성격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시위대가 민주, 정부 쪽이 반민주라는 구도로 설명할 수 없다. 이번 반정부 시위대의 궁극적 요구는 현 정부가 무조건 퇴진하고, ‘인민위원회’에 정권을 넘기라는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인민위원회는 선거로 선출되지 않고, 이른바 ‘현인’들로 구성되는 기구다. 이는 대중들의 쿠데타라 할 수 있다. 잉락 친나왓 총리의 프아타이당 정권은 2011년 7월 총선에서 압승한 정부다. 유권자 절대다수가 선택한 정부라도 실정을 하면 물러나야 하나, 선거 등 민주적 절차를 밟아 새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 지난해 현 정부는 부패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외국에 망명 중인 잉락 총리의 오빠인 탁신 전 총리한테도 적용될 수 있는 대규모 사면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반정부 세력은 이를 이유로 반정부 시위를 벌여왔다. 현 정부는 지난 2일 국민의 신임을 다시 묻는 조기 총선을 실시했으나, 반정부 세력은 기존 요구를 되풀이하며 선거를 보이콧했다.

시위대 ‘옐로셔츠’에 구세력 집결
방콕 중상류층 ‘구자본’과 손잡고
기득권 되찾으려 대중투쟁 총궐기
‘시위대=민주, 정부=반민주’ 구도 깨져

탁신 등 ‘신자본’ 농민·빈민 포섭
쌀값 보조 등 빈곤층에 예산 늘려
지지층 수 많아 선거 연승 자신감
‘조기총선’ 카드에 구세력 ‘보이콧’


-그럼, 반정부 시위대는 어떤 세력인가?

=타이의 기존 체제를 옹호하는 구세력이라 할 수 있다. 산업적으로는 도시와 상공업 지대, 지역적으로는 남부, 계층적으로는 중·상류 계층이 기반이다. 반면 친정부 세력은 농촌, 북부, 중·하류 계층이 기반이다. 두 세력의 핵심에는 신·구 자본 세력이 자리잡고 있다. 반정부 세력에는 기존의 제조업 및 관광 등 유통·서비스업 등 ‘올드 머니’, 즉 구자본 세력이 있다. 친정부 세력에는 신흥 통신재벌인 탁신 전 총리로 대표되는 ‘뉴 머니’, 즉 신자본 세력이 있다.

-왜 이런 대결 구도가 정착됐나?

=한마디로 타이의 소외받던 농민과 도시빈민 등 대중의 힘이 커진 탓이다. 탁신이라는 신흥 정치인이 이들을 기반으로 2001년 선거 이후 연전연승했다. 이 과정에서 군부는 쿠데타를 통해, 사법부는 탁신 정당 해체 및 선거 무효 판결을 내려, 탁신과 그 정부를 축출했다. 그럼에도 탁신 세력은 새롭게 창당하며 5차례의 선거에서 모두 이겼다.

선거에서 연패한 반탁신 세력은 쿠데타와 사법부의 선거 무효 및 정당 해산 판결에도 탁신 세력을 몰아내지 못하자, 2008년부터 이른바 ‘옐로 셔츠’라는 반탁신 세력의 대중운동이 시작됐다. 기득권 세력이 군부 쿠데타 등 국가기구를 동원한 대응이 여의치않자, 자신들도 대중운동을 벌이는 노선을 택한 것이다. 이에 맞서는 친탁신 세력의 ‘레드 셔츠’ 대중운동도 시작돼, 두 세력의 대중운동 대결이 불붙었다. 유권자 분포로는 친탁신 세력이 우세하고, 왕실·군부·경찰·사법부·언론 등 기존 체제에서는 반탁신 세력이 우세한 상황이다.

-반정부 시위대가 주장하는 탁신의 부패 혐의 등은 사실이다. 그들도 정당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일정 정도 그렇다. 탁신의 부패와 실정, 비민주적 조처가 있었다. 이 때문에 반탁신 세력도 명분이 있고, 대중을 동원할 수 있는 동력을 갖게 됐다. 탁신 정부는 자신들에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채우려 했다.

무엇보다도 탁신 전 총리와 그 일가족의 부패 혐의가 있다. 2006년 탁신은 자신의 통신위성회사를 싱가포르 정부에 20억달러에 매각했다. 이 매매는 조세회피처인 영국 버진아일랜드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서 이뤄져, 탁신이 타이 정부에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탁신 전 총리에 적대적인 사법 당국이 그에게 수많은 부패 혐의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그는 망명 중 궐석재판에서 아내의 토지 매매를 둘러싼 사소한 이권 취득 혐의로 2년 형을 확정받았을 뿐이다. 그에 대한 먼지털이식 표적 수사 성격이 짙다.

사실 탁신의 부패 혐의는 반정부 시위대를 이끄는 야당 등 구체제 핵심 세력의 부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군사독재자였던 사릿 타나랏은 타이 국내총생산의 1%에 해당하는 부를 독점했다. 타이 사회는 기존 세력의 부패에는 관대했다.

-탁신 세력이 쿠데타 등을 뚫고 선거에서 연전연승하며 부활한 이유는 무엇인가?

=소외받던 농민과 도시빈민을 직접적으로 챙겨주는 정책을 처음으로 펼치며, 자신에게 유리한 지역 분할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의 경제성장에도 타이는 아시아에서 가장 불평등 지수가 높은 나라이다. 특히 북동부 농촌은 가장 낙후된 지역인데, 탁신은 이곳을 겨냥해 저렴한 의료보험, 농촌 마을에 관대한 정책자금 등을 내놓았다. 탁신은 타이의 상권을 장악한 화교 출신 자본가이지만, 자신을 ‘북부의 아들’로 포장해 북부와 농촌 지역을 장악했다. 친탁신 정당인 집권 프아타이당은 2011년 타이 농민의 주생산물인 쌀 가격을 국제가격보다 50% 비싸게 보장하는 곡가보조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반탁신 세력은 이런 정책이 국가 세금으로 표를 사는 신판 금권정치라며, 자신들의 선거 보이콧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탁신 세력의 이런 정책이 포퓰리즘 논란을 불러일으키나, 국가 자원의 배분에서 우선순위가 바뀌었을 뿐이라는 반박도 거세다. 탁신 세력의 이런 포퓰리즘 정책에도, 현재 타이 국가 예산의 25%만이 방콕 이외의 지역에 배정됐다. 30년 전에는 이 비율이 10%에 불과했다. 타이는 그동안 수도 방콕 중심의 성장을 했다.

-탁신 세력은 또 부활할 수 있는가?

=잉락 총리와 프아타이당은 2일 조기총선을 승부수로 던졌다. 반탁신 세력은 보이콧으로 맞서며, 약 10%의 선거구에서 투표를 무산시켰다. 이들은 이를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선거무효 및 프아타이당 해산을 청원했다. 이미 사법부에 의해 두차례나 해산당한 탁신 정당은 또다시 해산 위기에 처했다.

그보다는 곡가보조금이 더 큰 변수이다. 정부는 농민들에게 국제가격보다 50% 비싼 쌀 수매가를 아직 지불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비축미가 팔리지 않는데다, 최근 타이에서 120만t의 쌀 수입을 약속한 중국이 이를 취소했다. 일부 농민들은 쌀 수매가가 보장되지 않으면 반정부 시위에 합류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지지 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탁신을 지지해온 대중은 자신의 이익을 대표하는 정부를 선출해본 경험을 이제 말하고 있다고 <비비시>(BBC)가 짚었다. 설사 정치권의 탁신 세력이 축출되더라도, 정치세력화한 농민과 도시 중하류 계층을 대표하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다시 출현해 구세력과 맞서리라는 전망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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