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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2.02 20:47 수정 : 2014.02.02 21:56

반정부세력 ‘보이콧’ 속 투표
375곳중 45곳 무산…무효 가능성
방콕선 투표함 놓고 총격전도

집권당 승리해도 정통성 논란
혼란 커지면 군부·왕실 나설수도

타이 총선이 2일 반정부 세력의 보이콧 속에서 강행됐다. 투표소의 89%에서 정상적으로 투표가 진행됐으나,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소가 문도 열지 못해 투표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등 이번 총선 역시 무효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석달 동안 지속된 반정부 시위 사태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이번 총선이 오히려 더 큰 정치적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이날 실시된 총선은 반정부 시위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는 평화적으로 진행됐으나, 375개 선거구 중 45개 선거구에서 반정부 세력의 방해 등으로 선거가 진행되지 못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현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수도 방콕의 33개 선거구 중 3개 선거구에서 선거가 취소됐다. 방콕의 6673개 투표소 중 437개가 시위대의 방해, 선거관리 인력의 부족 등으로 개장하지 못했다. 이날 선관위는 사전투표의 봉쇄 및 일부 선거구에서의 선거 취소 등으로 선거 결과 발표가 연기됐다고 발표했다.

반정부 세력의 근거지인 남부의 여러 지역에서는 반정부 시위대가 우체국에 몰려들어 투표용지와 투표함 배분을 가로막았다고 타이 선거관리위원회의 푸총 누뜨라웡 사무총장이 밝혔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팡응아, 파탈룽, 푸껫, 송클라, 뜨랑 등 남부 5개 지방에서는 선거를 취소했다. 이밖에 남부의 28개 선거구에서는 아예 후보자가 등록하지 않아, 선거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부재자 투표 등 사전투표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방콕에서도 사전투표 등록 유권자의 5분의 1이 투표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친정부 세력의 근거지인 동·북부에서는 선거가 평화적으로 진행됐고, 수도 방콕도 대부분 선거가 정상적으로 치러졌다.

적지 않은 선거구에서 선거 자체가 이뤄지지 못한 이번 총선은 의회 정원을 채우지 못하게 되어, 오히려 정치적 위기를 더 증폭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잉락 친나왓 현 총리와 집권 프아타이당의 승리는 확실시되지만, 정원을 채우지 못한 의회에서 정통성을 확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선거가 무산된 지역에서는 투표를 다시 실시하는 데 최소한 3~4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총선은 같은 날 일제히 실시돼야 한다는 법 규정을 들어, 이번 총선에 대해 무효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잉락 총리의 오빠인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정당이 승리한 2006년 총선도 법원에 의해 무효화된 바 있다.

이미 반정부 세력은 지난 몇달 동안 집권 프아타이당 해산과 그 소속 정치인들의 정당 활동 금지를 겨냥한 대규모 소송을 사법부에 낸 바 있다. 사법부는 군부와 함께 현 집권당에 반대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타이 정국의 열쇠를 쥐고 있는 군부와 왕실은 지난해 11월 이후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 사태에서 침묵과 중립을 지키고 있으나, 총선 이후에도 이런 태도를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현 집권 세력이 위기 타개책으로 내놓은 이번 조기총선이 정치적 위기를 더욱 격화시킨다면, 군부와 왕실이 직접 개입의 명분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 전날인 1일 방콕에서는 투표함과 투표용지 배달을 놓고 반정부 세력과 친정부 세력이 충돌해, 총격이 오가는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방콕 북부 락시 구청 주변에서 투표함과 투표용지 배달을 막고 있던 반정부 시위대와 총선을 지지하는 친정부 시위대가 충돌해 총격이 난무하면서 최소 7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에는 유명 사진기자 제임스 낙트웨이도 포함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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