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1.22 20:57
수정 : 2014.01.22 22:38
작년 주 선거 돌풍 케지리왈 주총리
경찰 태만 비판 이틀간 연좌시위
중앙정부 ‘문제경찰 휴가’ 물러서
보통사람당 ‘부패 일소’ 걸고 집권
빈곤층 지원·호화관저 거부 행보
5월 총선 앞둔 인도 정치 격변 예고
지난해 12월 인도 델리 주의회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켜 주총리를 맡은 ‘보통사람당(암 아드미·AAP)’ 대표 아르빈드 케즈리왈(42)이 경찰개혁 문제와 관련해 중앙정부와 대결에서 첫 ‘신승’을 거뒀다.
영국 <비비시>(BBC)는 케즈리왈 델리 주총리가 주정부 청사 밖에서 이틀간 벌인 ‘노숙 연좌시위’를 끝냈다고 21일 보도했다. 케즈리왈 주총리는 지난 14일 경찰이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몰려 사는 곳에서 영장이 없다는 이유로 집단성매매 지역의 단속을 거부하자, 범죄와 폭력에 눈감는 경찰의 업무 태만을 비판하며 20일 거리로 나섰다. 델리의 경찰은 연방정부에만 보고하며, 주총리는 직접적인 명령 계통 밖에 있다. 케즈리왈 주총리는 이 사건과 관련된 경찰 5명의 업무를 정지시키고 연방정부의 경찰 지휘권을 델리주로 이관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길거리에서 주 행정업무와 관련한 서류들을 결재했고, 폭우가 퍼붓는 20일 밤에도 노숙했다.
케즈리왈은 “이 나라의 여성들이 편안히 잠을 잘 수 없는데 어떻게 (경찰을 관할하는) 내무장관은 발 뻗고 편히 자는가? 이 나라 경찰 수준이 이 모양인데 어떻게 내무장관은 아무렇지도 않냐”고 따졌다. 그는 “경찰은 인력거꾼의 사소한 잘못은 트집잡으면서 마약과 성매매엔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012년 뉴델리 버스 안에서 여대생이 집단 성폭행당한 사건을 비롯해 최근엔 길을 묻던 덴마크 여성이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등 델리에선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와 폭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케즈리왈에 동조하는 시민 수천여명이 거리로 나와 경찰과 충돌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수십여명이 다쳤다.
케즈리왈의 ‘항거’는 그가 지목한 경찰 5명 가운데 2명을 업무에서 잠시 배제하는 형식으로 중앙정부가 조금 물러서며 마무리됐다. 애초 요구했던 것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케즈리왈은 “델리 시민들이 이겼다. 중앙정부가 양보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알자지라>는 26일 국경일에 시내에서 군 퍼레이드가 열리기 때문에 중앙정부로선 케즈리왈의 시위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창당한 보통사람당은 말 그대로 평범한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며 당의 상징으로 부패를 일소하는 ‘빗자루’를 내걸고 델리주에 후보를 냈다. 물가상승, 경제불평등에 시달리던 인도 시민들은 세무조사원 출신으로 반부패 시민운동가인 케즈리왈에 환호했다. 결국 보통사람당은 32석을 차지한 제1야당 인도인민당(바라티야 자나타 당·BJP)에 이어 28석을 얻어 2위로 올라섰다. 소냐 간디가 이끄는 집권당 국민회의당은 8석을 얻어 참패했다. 인도인민당이 다음 총선 구도를 고려해 주정부 구성을 포기함으로써 보통사람당의 케즈리왈이 주총리로 집권했다.
그는 주총리가 된 뒤 생수 무료 제공, 빈곤층에 대한 전기료 대폭 삭감을 실행했고,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부패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관리들 수백명을 전보 조처했다. 주총리에게 제공되는 호화 관저도 사양했다.
일각에선 그의 행보를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기성 정치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는 케즈리왈이 이번에 비를 맞아 몸이 안 좋아졌기 때문에 시위를 접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전문가들은 보통사람당이 인도 정치를 확 바꾸거나 아니면 제풀에 무너질 가능성이 모두 있다고 내다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보통사람당이 일깨운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은 오는 5월 총선을 앞둔 인도 정치에 격변을 예고한다. 자와할랄 네루의 증손자이자 인디라 간디 전 총리의 손자이며 현재 국민회의당 총재 소냐 간디의 아들인 라훌은 이번에 ‘간디 가문의 네번째 총리’를 꿈꾸고 있다. 보통사람당의 출현으로, 신분차별이 뿌리 깊은 인도의 ‘대대손손 정치’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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