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7.18 19:35
수정 : 2005.07.18 23:57
중, 인도 이어 18일 베트남과 정상회담…강대국 굳히기
미, 베트남 이어 이날 인도 총리 초청…중국에 견제구
인도와 베트남을 대상으로 한 미국과 중국의 외교 대결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18일 오후 베이징에서 쩐득르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열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초청해 정상회담을 연다.
앞서 미국은 지난 6월 베트남의 판 반 카이 총리를 미국으로 초청했고, 중국은 지난 4월 원자바오 총리가 인도를 방문해 싱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바 있다.
활발해지는 경제외교=중국과 베트남은 올해 수교 55돌을 맞았지만 국경전쟁 이후 1991년 관계가 정상화됐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두 나라 정상은 양국 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해온 국경·해역 문제 해결 방안, 경제무역 방면에서 협력 강화 등에 관해 논의했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국경문제와 관련해 “두 나라는 육지 국경을 확정하기 위해 공동으로 국경비를 세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북부만(통킹만) 국경협정’과 ‘어업협력협정’ 준비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4월까지 두 나라 무역액은 25억달러로 전년 대비 32%의 급증세를 보였다. 중국은 베트남의 최대 무역상대국이 됐고, 베트남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1979년 전쟁을 벌였던 두 나라는 분쟁이 되고 있는 육지 국경에 대해서도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고, 난사군도 개발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 3월 두 나라와 필리핀 등 세 나라가 ‘남중국해 연합 해양 지진 협력 협정’에 서명해 남중국해 공동 개발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날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사실상 총리직에 오른 이후 14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외국을 방문했다. 두 사람은 이날 회담에서 민간 부문의 핵에너지 협력과 경제관계 확대, 군사와 안보 부문의 유대 강화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하고 모두 16개의 협력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밝혔다.
막후 힘겨루기=같은 날 이뤄지는 두 정상회담의 의제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경제협력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최근 강대국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자리 굳히기와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깔려 있다.
미국은 일본과 함께 올 들어 공공연히 ‘인도 키워서 중국 견제하기’를 강화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3월 인도를 방문해 “인도가 21세기 강국으로 부상하도록 돕겠다”고 밝히고 부시 대통령의 초청장을 전달했다. 두 나라는 6월 무기 공동생산과 미사일 방위 협력을 뼈대로 한 상호방위협정도 맺은 바 있다. 방미에 앞서 싱 총리는 “인도는 주권 국가로서 독자적 외교정책을 갖고 있으며, 이번 미국 방문 기간에도 그것이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과 인도의 국익이 반드시 일치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이번에 공통분모를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지난 4월 원자바오 총리가 인도를 방문해 11개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확인했고, 수십년 동안 지속된 두 나라의 국경 분쟁을 종결하고 경제·통상 부문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을 뼈대로 한 ‘델리 협약’도 체결했다. 중국은 또 지난 5월 인도와 평화유지 합동 군사훈련에 합의했다. 6월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러시아·인도와 함께 세 나라 외무장관 회담을 열어 국경분쟁을 해결하고 자원 공동개발 등에도 합의했다. 중국이 최대 무역 파트너인 유럽연합에 미국이 반대하는 무기금수 조처 해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런 노력 가운데 하나다.
미-중의 싸움에 베트남의 주가도 올라가고 있다. 베트남은 지난달 종전 30년 만에 카이 총리가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연 데 이어 이번에는 쩐 국가주석이 중국의 초청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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