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
타이 중앙은행 총재에 환란 책임 배상 판결 |
법원 “4조6300만원 물어내야”
타이 법원이 1997년 외환위기 때 환율 방어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당시 중앙은행 총재에게 거액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타이 민사법원은 지난 30일 외환위기 때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렁차이 마라카논드에게 당시 그의 승인 아래 이뤄진 외환거래 손실액 1860억바트(45억8천만달러, 4조6300만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들이 1일 보도했다. 법원은 한 달 안에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개인 재산을 압류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그가 재임 기간(96년 11월~97년 6월)에 ‘무모하고 태만하게’ 환율 방어에 나서 당시 380억달러에 이르던 외환보유액에 큰 손실을 입혔다는 2001년의 진상조사 보고서와 검찰의 기소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아시아 금융위기의 시발점이 된 타이는 97년 7월 환율 방어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를 수용하면서 바트화 폭락 사태를 맞았다.
그러나 렁차이의 변호인단은 “정책 판단의 책임을 모두 떠넘기는 것은 부당하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타이 영어신문 <더 네이션>은 그를 희생양으로 묘사했다.
한국에선 1999년 검찰이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와 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 환란 책임을 물어 기소했지만, 법원은 ‘정책판단의 오류를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로 무죄 판결을 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