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9 15:54
수정 : 2020.01.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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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우크라이나 키에프의 보리스필 국제공항에서, 전날 이른 아침 이란 테헤란 상공에서 이륙 직후 항공기가 추락하는 사고로 숨진 승무원들의 가족과 동료, 친구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꽃을 놓고 촛불을 켜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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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항공당국, 조사보고서 초안 내놓아
‘문제’ 발생후 조종사 “도움 요청 않아”
공항 회항 시도…추락직전 기체 불 붙어
우크라 “조작, 억측, 음모론 자제” 당부
CIA, 미사일 격추 “어떤 증거·정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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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우크라이나 키에프의 보리스필 국제공항에서, 전날 이른 아침 이란 테헤란 상공에서 이륙 직후 항공기가 추락하는 사고로 숨진 승무원들의 가족과 동료, 친구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꽃을 놓고 촛불을 켜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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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6시께(현지시각) 이란 테헤란 호메이니 공항에서 176명을 태우고 키예프를 향해 이륙한 직후 갑자기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한 우크라이나국제항공사 소속 보잉 737 여객기의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문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이란 항공당국은 사고조사보고서 초안에서 ‘문제’가 발생한 직후 조종사는 관제탑에 아무런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채 이륙 공항으로 회항하려 시도했으며, 추락 직전에 기체에 불이 붙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조사단은 “미사일 공격이나 테러까지 포함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9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올레크시 다닐로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방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우리 조사단은 이번 사고원인으로 미사일 공격, 충돌, 엔진 폭발 또는 테러리즘 등 다양한 가능성을 포함해 조사하고 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혔다. 특히 이날 인터넷상에는 사고 현장에서 러시아 미사일 잔해가 발견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한때 돌면서 사고 원인과 관련해 ‘급반전’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긴장이 감돌기도 했다. 다닐로프 위원장은 “사고 현장에 급파돼 있는 우크라이나 조사단이 이 소문이 사실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현장 수색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외신들은, 여객기가 이륙 직후 고도를 계속 높이던 도중 기체에 불이 붙었다고 이란 민간항공기구가 작성한 사고조사보고서 초안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고서는 사고 당시 지상 목격자와 이 시각에 주변 상공을 지나가던 다른 항공기 탑승객들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항공기 조종사는 ‘문제’가 발생한 직후 공항 관제탑에 무선통신으로 어떤 도움도 요청하지 않은 채 이륙했던 호메이니 공항으로 되돌아오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탑승객 국적 대부분이 캐나다(63명) 및 이란계 캐나다인(82명)으로 알려진 가운데 캐나다 및 우크라이나 전역은 비통한 슬픔에 빠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고 원인을 놓고)조작, 억측, 음모론 및 성급한 평가를 자제해달라”며, “급선무는 사고의 진실과 이번 비극에 책임 있는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애초에 ‘기술적 결함’을 제기했으나 나중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미사일에 의해 격추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미국 정보기관 당국자는 “아무런 즉각적인 증거도 없다”고 일축했고, 아볼파즐 셰카르치 이란 공군 대변인은 “사고 여객기를 둘러싼 루머들은 완전히 틀린 것이다. (격추에 대해)어떤 군사 전문가들도 확인한 바 없다”고 이란 준관영 <파르스> 통신에 말했다. 그는 ‘격추 루머’는 반정부 분파가 제기하는 “심리전”일뿐이라고 덧붙였다.
(에이피) 통신은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과 지나 하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8일 미 의회에서 열린 비공개 기밀브리핑에서 “격추됐다는 어떤 정보도 제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란이, 조종실 안의 대화내용과 기체 데이터 등을 담고 있는 항공기 블랙박스를 현장에서 찾아냈으나 미국과 보잉사에는 제공하지 않겠다는 태도여서 정확한 사고원인 조사도 늦춰질 공산이 크다. 통상적으로 항공기 사고가 발생하면 비행기를 제작한 국가에서 파견한 조사단이 사고 현장에 급파돼 사고원인 조사에 나서게 된다. 우크라이나 국제항공(UIA)의 예브헨 다이크네 사장은 이날 “사고 비행기는 우리가 보유한 최상의 항공기로, 이틀 전에 평소처럼 기체 점검을 거쳤다. 조종사의 베테랑 경력 등에 비춰볼 때 뭔가 잘못이 있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한편, 사고 당일 이른 아침 동틀 무렵에 사고를 목격한 딘 무함마드 가세미는 <에이피> 통신에 “이란 미사일이 미군 기지를 폭격하는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왔고 모든 집들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온통 불이 붙었다”며 “처음엔 미군이 이곳에 미사일 공격을 가한 것이라고 생각해 지하 방공호로 대피했다. 나중에 다시 바깥으로 나와 보니 비행기가 지상에 추락했고 곳곳에 사체들이 흩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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