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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6 18:36 수정 : 2020.01.08 11:17

미국의 카셈 솔레이마니 ‘쿠드스’(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피살에 항의하기 위해 6일(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집회에서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에 페인트가 채워진 펼침막에 계란을 던지고 있다. 마닐라/AP 연합뉴스

미 ‘임박한 공격’에 솔레이마니 살해 주장
이란·이라크 “유엔헌장 명백한 위반” 규탄

“문화유적 등 52곳 공격목표” 발언 두고도
“트럼프 국제법 모르고 유엔결의 무시” 비판

미국의 카셈 솔레이마니 ‘쿠드스’(이란 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 피살에 항의하기 위해 6일(현지시각)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집회에서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에 페인트가 채워진 펼침막에 계란을 던지고 있다. 마닐라/AP 연합뉴스

미국이 이란의 군부 실세 카셈 솔레이마니 쿠드스 사령관을 살해한 것을 두고, 국제법을 위반한 ‘전쟁범죄’란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자국의 전쟁 영웅을 잃은 이란은 물론 이라크까지 영토주권을 침해당했다며 국제 사회에서 거세게 문제 제기에 나서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범죄’ 논란의 한가운데 서게 됐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은 5일(현지시각) 미국의 솔레이니 피살이 유엔 헌장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고 국영 <이르나>(IRNA)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날 이란 의회 연설에서 “미국 대통령의 잔혹한 행위는 전쟁범죄”라며 이렇게 말했다.

같은 날, 이라크 외무부는 “미국이 이라크 군사 기지(바그다드 국제공항)를 공격하고 이라크 영토 내에서 이라크인(아부 마흐디 무한디스 민중혁명동원군 부사령관)과 동맹국 고위급 군 사령관(솔레이마니)을 암살한 것은 이라크 주권과 이라크 내 미군 주둔 조건을 심각하게 위배한 것”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 유엔 사무총장에게 규탄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발표했다.

이란과 이라크가 이처럼 미국을 대상으로 국제법 위반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유엔 헌장 51조’에 따른 것이다. 헌장 51조는 유엔 안보리가 무력 사용을 승인하거나 해당 국가가 자위권을 행사했을 경우에 한해서만 무력 사용을 허가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인에 대한 ‘임박한 공격’ 첩보가 있었다”면서도 첩보의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케빈 존 헬러 암스테르담대 법학교수는 <알자지라>와 한 인터뷰에서 “모의·계획에 따라 매우 가까운 미래에 공격이 이뤄질 예정이었다면 합법적 자위권 행사로 인정될 수 있지만, 모의·계획 자체만으론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있을 경우, 문화 유적 등 이란 내 52곳을 공격 목표 지점으로 정해놨다’는 트럼프의 발언도 국제법 위반 논란에 기름을 붓는 모양새다.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24곳을 보유한 이란은 문화유산의 불법 파괴를 금지한 ‘유엔 결의 2347호’를 거론하며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모하마드자바드 아자리 자로미 이란 정보통신부 장관은 트럼프를 문화 파괴에 나섰던 이슬람국가(IS)와 히틀러, 칭기즈칸에 비유하며 “트럼프는 영락없는 테러분자다. 누구도 위대한 이란과 문화를 파괴하지 못했다는 역사를 곧 배우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런 ‘무법 논란’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는 이날 플로리다에서 휴가를 끝내고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자들을 만나 “그들은 우리 국민을 죽이고, 고문하고, 불구로 만들었다. 길거리에 폭탄을 설치해 우리 국민을 날려버렸다. 그런데 자기들의 문화적 장소는 건드리지 말라고? 그런 식으론 못 한다”고 일축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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